온갖 사랑의 신: Djavan의 노래 다섯

Djavan이 새 음반을 냈다. 77세를 맞아 차분해진 그를 좇다, 사랑하는 초기곡들을 다시 찾았다. 뒤늦게 읽어 본 노랫말들이 예상보다 곧고 간절해서 좋았다. 온갖 사랑의 신을 구하는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졌다.

Stevie Wonder가 하모니카로 참여했다.

Djavan을 왜 좋아하시나요. 이런 질문이라면 나는 끝없이 답을 댈 수 있다. 재즈 혹은 블랙 뮤직의 인상을 메우는 삼바의 소리들. 화성과 리듬이 쌓는 정교한 레이어. 이 모든 복잡계를 팝으로 설득하는 선 굵은 가창까지. 그는 브라질이면서도 국제적이었고 남다른 기교로도 대중적이었다.

그러나 가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실은 별 관심이 없었다. 내게 Djavan은 언어이기 전에 몸을 흔드는 충동이었으므로. 그는 정치적으로 날이 선 선배 세대와도 달랐다. 투쟁이 아닌 축구와 음악 사이에서 직업을 고민했고, TV 가요제 덕에 비교적 일찍 이름을 알렸다. 노래 속 얼핏 귀에 걸린 낱말들은 대체로 사랑과 서정에 속했다. 팝과 사랑이라니.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25년 9월. Djavan을 비롯한 MPB의 거장들이 모여 의원 면책 특권 입법에 반대하는 정치적 공연을 열었다.

밀린 숙제를 풀듯 노랫말을 읽어 봤고, 당황했다. 분명 사랑 노래들인데 자꾸만 신앙의 언어가 끼어들었다. 그는 연인의 이름과 신의 이름을 섞어 부른다. 속된 사랑에서 너머의 영성으로. 이 생경한 비약을 이해하고 싶었다.

포근한 건반으로 시작해 실연의 격정으로 솟아오른다.

Djavan은 오늘날 브라질에서 거의 쓰지 않는 시제*로 신을 찾는다. 첫 음반의 첫 노래 〈Flor de Lis〉는 첫 문장부터 ‘저를 구하소서, 신이시여Valei-me, Deus’로 시작한다. 하필 이름도 Maria인 연인을 잃고 아파하면서. 둘째 음반의 둘째 노래 〈Serrado〉에서도 그는 자꾸만 ‘구하소서, 구하소서Valei, Valei’ 주문을 왼다. 이번엔 연인과 고향과 친구를 함께 그리워하면서.

* 명령법(Imperativo) 2인칭 복수형 시제. 현대 브라질 포르투갈어에서는 2인칭 복수형이 거의 쓰이지 않으며, 명령법 역시 접속법(Subjuntivo) 혹은 직설법(Indicativo)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신을 부르는 고어에서만 경어체로서의 2인칭 복수형이 쓰인다.

최근 Crush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신을 여러 모양으로 섬긴다. 가톨릭과 아프로-브라질 종교 Candomblé를 겹쳐 읽는 브라질 북동부의 전통을 따라, 신의 형상은 바다의 여왕, 하층민의 신, 심지어 달빛과 사무라이로 번져간다. 〈Nereci〉에서 멀리 떠난 연인은 바다의 여왕, Iemanjá의 심상을 물려받는다. 〈Aquele Um〉에서는 술집에 내려온 신이 외로운 여인들을 달랜다. 〈Samurai〉에 이르면 사랑은 고통이자 기쁨으로, 신은 달빛이자 무사로 표상된다.

비브라폰 리프가 재즈와 삼바를 잇는다.

이토록 많은 신을 읽고서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사랑을 말하는 Djavan에게 신이 필요했던 이유를.

그의 사랑은 대체로 실패한다. 달리 영문도 모른 채로. 불가해한 세계, 이 고통의 배후에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그건 바로 신. 그러니 물을 수밖에. “제가 어디서 잘못했나요? Onde foi que eu errei? 그러나 사랑의 제1 원인이 있다면 그것 또한 신. 그러니 또 찾는 수밖에. 부디 나를 구해달라고. 옛 연인과 동지들의 안녕을 허락하시라고. 모든 걸 잃고도 같은 걸 요구하는 꼿꼿함으로, 그는 인간적 사랑을 신비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장난스런 신스로 시작해 소리를 불려간다.

Djavan은 끝없이 신에게 말을 건다. 그에게 신은 듣고 답하는 존재. 신이 하나이자 전체라면 노래를 듣는 이들 또한 신의 몫을 얼마간 나눠 갖는다. 사랑할 책임을 분배할 요량으로 그의 노래 다섯을 옮겼다.


Flor de Lis (백합)

Valei-me, Deus, é o fim do nosso amor
Perdoa, por favor
Eu sei que o erro aconteceu
Mas não sei o que fez tudo mudar de vez
Onde foi que eu errei?
Eu só sei que amei, que amei
Que amei, que amei

저를 구하소서, 신이시여, 우리의 사랑이 끝났어요
용서해 주세요
실수가 있었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무엇이 모든 걸 전부 바꿔버렸는지는 알지 못해요
제가 어디서 잘못했나요?
저는 사랑했다는 것만 알아요, 사랑했다는 것
사랑했다는 것, 사랑했다는 것

Será talvez que minha ilusão foi dar meu coração
Com toda força pra essa moça me fazer feliz?
E o destino não quis me ver como raiz
De uma flor de lis

어쩌면 나의 착각은 내 마음을 준 것이었을까
온 힘을 다해, 그 여인이 날 기쁘게 해주길 바라며
그러나 운명은 나를 뿌리로 여기길 원치 않았어
한 백합의 뿌리로

E foi assim que eu vi nosso amor na poeira
Poeira
Morto na beleza fria de Maria

그렇게 나는 우리의 사랑이 먼지 속에 있는 걸 봤어
먼지 [속에]
Maria의 차가운 아름다움 속에 죽은 채

E o meu jardim da vida ressecou, morreu
Do pé que brotou Maria, nem margarida nasceu*

그리고 내 삶의 정원은 메말랐어, 죽었어
Maria가 피어났던 자리에선, [이제] 데이지 한 송이조차 자라지 않아

* Maria는 흔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성모 마리아를 가리키기도 한다. Maria와 Margarida(데이지)는 발음의 유사성으로 선택된 것이지만, 이상적인 사랑과 세속적인 사랑의 대비로도 읽힌다.


Serrado*

* Serrado는 ‘톱으로 잘린’이란 뜻이기도 하지만, 브라질의 열대 사바나 지역 Cerrado(세하두)를 가리키기도 한다.

Se o senhor me for louvado
Eu vou voltar pro meu cerrado
Por ali ficou quem temperou
O meu amor e semeou em mim
Essa incrível saudade
Se é por vontade de Deus
Valei, valei

주님이 축복하신다면*
나는 나의 Cerrado로 돌아가리
저기 그가 머물러 있어
내 사랑을 조미하고 내 안에
이 놀라운 그리움을 뿌린 [이가]
이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면,
[부디] 도우소서, 도우소서

* 직역하면 ‘주님께서 내게 찬미 받는다면’이나, 관용적으로 ‘주님이 축복하신다면/허락하신다면’의 의미로 쓰인다.

Se pedir a Deus pelo meu prazer
Não for pecado, vou rezar
Pra quando eu voltar a rever
Todas as brincadeiras do passado
Cortejar meu cerrado
Em dia, feriado
Viva o cordão azul e encarnado

만약 내 기쁨을 위해 신께 기도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면, 기도하리
내가 다시 보러 돌아갈 때를 위해
과거의 그 모든 놀이들을
나의 Cerrado를 경배하기 위해
어느 휴일에
만세, 푸르고 붉은 끈*이여

* Candomblé 전통에서 푸른색은 하늘, 붉은색은 피를 가리키며, 두 색의 끈은 신과 인간의 결합을 상징한다.

Eu sei, serei feliz de novo
Meu povo, deixa eu chorar com você

나는 알아, 다시 행복해질 거란 것을
내 사람들이여, 내가 그대들과 함께 울게 해주오


Nereci*

* Nereci는 잘 쓰이지는 않으나 사람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는 화자가 잃은 연인인 동시에 바다의 여왕, Candomblé 종교 속 바다의 신 Iemanjá를 연상케 한다.

Nereci, quando o mar levou
Teria sido de traição
Será que na maré de hoje, ela virá?
Rainha do mar

Nereci, 바다가 그대를 데려갔을 때
그건 배신이었을까
오늘의 밀물에 그가 돌아올까?
바다의 여왕

Além de todos além
Além do além mar
Nereci além do azul estará

모든 존재의 너머
바다 너머의 너머에
Nereci는 푸른빛 너머에 있으리


Aquele Um (그 어떤 이)

Baixou
Num centro de mesa de um bar
Um santo estranho

내려왔다*
술집 테이블 한가운데에
이상한 성인聖人

* 영적 존재가 인간의 몸에 내려 앉는 Candomblé의 종교적 체험.

Cheirou, fumou, não cuspiu,
Sei lá…

냄새를 맡고, 담배를 피우고, 침도 뱉지 않았어,
글쎄…

E tocou piano
그리고 피아노를 쳤지

Falou que “era aquele um”
Das quebradas

그가 이렇게 말했어 “내가 바로 그 어떤 이야,
거리 구석에서 온”

O santo de cama
Das mal amadas

침대의 성인聖人
사랑받지 못한 여자들을 위한

Alguém do centro perguntou o seu ponto
Aí o santo lhe respondeu:

예배당의 누군가가 그의 찬가*가 뭔지 물었어
그 성인이 그에게 답했지:

* Ponto Cantado: 영적 존재의 하강을 부르는 노래

Meu ponto é qualquer um
Com bicheiro e taxi

내 찬가는 무엇이든 돼
도박 장수, 택시*와 함께[라면]

* Ponto는 찬가 외에도 ‘주사위의 점’, 택시를 기다리는 ‘정류소’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언어 유희를 통해 거리의 신이 지닌 일상성을 드러낸다.

Zarakiê, Zaraquiê, Zoroquiê Zaraquiê, Zoroquiê Zô


Samurai

Ai, quanto querer
Cabe em meu coração

아, 얼마나 많은 욕망이
내 마음 안에 있는지

Ai, me faz sofrer
Faz que me mata
E se não mata, fere

아, 날 괴롭게 해
나를 죽게 해
죽이지 않아도 상처를 입혀

Vai sem me dizer
Na casa da paixão
Sai quando bem-quer
Traz uma praga
E me afaga a pele

내게 말도 없이
열정의 집에 왔다가
멋대로 떠나
골칫거리를 가져오곤
내 피부를 어루만져

Crescei*, luar,
Pra iluminar as trevas
Fundas da paixão

커져라, 달빛이여,
열정의 깊은 어둠을 비출 수 있게

* Cresci는 앞선 가사의 Valei와 마찬가지로 명령법 2인칭 복수형이 쓰였다. 신에게 쓰이는 높임 표현을 달빛에 사용했다.

Eu quis lutar contra o poder do amor
Caí nos pés do vencedor

Para ser o serviçal de um samurai
나는 사랑의 힘에 맞서 싸우려 했으나
승자의 발밑에 무너졌어
한 사무라이의 하인이 되기 위해

Mas eu tô tão feliz,
dizem que o amor atrai

그치만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해
사랑이 끌어당긴다고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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