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의 비평: 유튜브의 시대, 나약한 연대로서의 비평

1. 생활인의 비평: “왜 쓸까?” 돌잡이 때 나는 뭘 집었더라.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도 없다. “연필 아닌가?” 기억을 더듬던 어머니의 결론이었다. 그럴 팔자였을까. 쓰는 미래를 자주 상상했다. 장래희망은 유행 따라 과학자도 CEO도 되었지만 읽고 쓰는 장래만은 희망을 넘어 예감의 일부였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으니 돌잡이의 예감이 썩 틀리진 않았다. 돈을 벌고, 글을 쓴다. 나의 글이 […]

이스콜라의 무지카: 학생사회와 꿈에 관하여

1. 지구 반대편 무지카(Musica) 여름 내내 브라질을 생각했다. 에어컨과 숲의 초록마저 소용없는 더위 앞에서 나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을 떠올렸다. 그건 올림픽의 불꽃 때문도, 그 뒤로 얼룩진 추문과 곤궁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음악 때문이었다. 하필 애플의 음원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왔고 하필 평소 듣던 음악들이 저작권 문제로 빠졌으며 하필 브라질 음악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세 번의 ‘하필’이 겹쳐 브라질에 […]

두 개의 당위, 두 개의 역, 두 개의 과제

1. 두 개의 당위 두 개의 당위가 있다. 우선 쓸모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핑계로 학문적인 뻥을 쳐선 안 된다. 둘 다 지키기는 물론 어렵다. 하필 손에 쥔 게 철학과 음악이어서 한 걸음만 잘못 딛어도 무용한 뻥이 된다. 더 절실하고 잘하는 하나만 해도 성공이다. 학생의 미덕은 뻔뻔함이어서, 이번 학기엔 신시사이저에 관한 논문으로 뭉게뭉게 […]

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꽁치가: 이채,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1. 어색하지 않은 다른 세상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는 치마를 좋아하는 남자아이 ‘꽁치’를 다룬 그림책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그림책”이란 소개 글이 보인다. 타당한 소개다. 치마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분명 기대되는 성 역할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충분한 소개는 아니다. 소수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소개가 으레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설정들을 대부분 따르지 […]

세월호라는 전쟁: 사실, 해석, 감상

1. 사실 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18일에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려 했고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건조한 사실로서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일 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어서 그간 쌓인 사실은 무수할 것이지만 그 중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은 고작 이 정도다. 남은 것은 해석이다.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