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점층법: Preta Gil를 기리며

2025년 7월 20일, 브라질의 디바 Preta Gil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암 투병이 길었다지만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그가 부른 해방의 불길을 옮겨 심는 마음으로, 좋아했던 노래들을 옮긴다. 1974년 8월, Rio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특이한 이름을 선물 받는다. Preta. 검은색 혹은 흑인을 뜻하는 여성 명사였다. 등록 사무소도 거부했던 이름을 끝내 고집한 아이의 아빠는 그 유명한 Gilberto […]

꿈의 나라로: Elis Regina, 〈Sai Dessa〉

여행 유월과 칠월 사이, 짧은 브라질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 꿈이었다. 노래로만 품던 나라를 온몸으로 겪고 싶었다. 주변의 반응은 비슷했다. “혼자 브라질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 겁을 이기는 사랑으로 길을 떠났고 한껏 웅크린 여행 끝에 이제는 답할 수 있다. 브라질은 아름답고 또 위태로웠다고. 사랑과 치안의 눈을 번갈아 떠야 했다고. 그치만 행복했다고. 자주 깜빡인 눈 틈새로 미적 감흥이 […]

노래로 끝말잇기: 브라질의 오리와 참새와 구슬 놀이

Eliane Elias가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는다. 탁월한 재즈 피아니스트지만 나는 그를 브라질의 목소리로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O Pato〉를 다시 들었다. 더듬더듬 가사를 짚다 보니 옛 노래들이 이어 떠올랐다. 끝말잇기를 하듯 오리에서 참새로, 참새에서 또 구슬 놀이로. 이 연쇄가 못내 예뻐 차례로 옮긴다.

카니발의 실천: 학교와 깃발은 명사로 된 청유형

카니발의 이념을 헤아릴수록 궁금했다. 이 꿈 같은 일은 어쩌다 이만큼 커졌을까. 소외된 이들의 소동은 무슨 수로 지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되었을까. 생업을 지탱하는 건 어쩌면 오래된 제도와 관성. 그런데도 여전히 빛나는 카니발이 궁금했다. 고루한 옛일을 고상하게 만드는 손과 발을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