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중한 게 뭐였는지 헷갈리는 무의미한 우주

사월부턴 음반들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2일엔 선우정아 2집이 나오고 하루 뒤엔 권순관 솔로가, 거기서 닷새를 더 가면 가을방학이 나오는 식으로. 못해도 스무 장은 들었으니 새 음반 하나만 기다리며 대충 사흘 정도를 버티는 생활을 해온 셈이다. 많이 들은 만큼 많이 행복했다면 더 좋았겠다. 이름값 못한 음반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의 끝보다도 멀어 보이던 시이나 링고 싱글이랑 박새별 2집을 듣고 나니 오월이 지나갔다. 이번엔 너무 일찍부터 광주를 생각하다 끝에 와선 문장도 욕심도 사라진 이상한 오월이.

지난 주말엔 편집위원 대신 인터뷰이가 되어 되는대로 말을 해봤다. 말들의 스텝이 꼬여 연구엔 별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일단 내겐 도움이 되었다. 뭐가 문제인지 얼핏 보이는 것도 같았다. 어리고 가난한 세계. 화도 슬픔도 귀찮아서 지루함만 남은 진공의 밤. 소중한 걸 위해 덜 소중한 것들을 내다 버리니 이제 소중한 게 뭐였는지 헷갈리는 무의미한 우주.

여름에는 장미가 예쁘고 공기가 진해지면 사람들은 창문을 열어 소리를 나눈다. 진지 먹는 글들을 블로그에 쓰기로 마음먹었다. 많이 읽고 쓰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말은 믿지 않지만 적어도 좋은 게 뭔지 아는 사람은 될 거라고 믿어본다.

좋은 음악은 한참이고 더 나올 것이다. 세계의 끝 같은 시간들이 가쁘게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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