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은 때를 조금씩 늦춰가며, 갑자기 찾아들었다. 작은 나라의 밤이 주는 풍경은 꼬리 쪽에서도, 척추와 목덜미쯤에서도 대체로 평등했다. 고개를 들면 검은 바다 위로 소금 같은 것들이 출렁였다. 별자리를 알고 싶어졌다. 나는 달의 무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읽어낼 줄 모른다. 사자와 황소와 전갈이 넘실대는 것까지 못 보는 건 좀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잇고 늘리고 믿는 한에서만 우리고, 우리가 줄어든 우주는 좀 외로우니까.
다음 생이 있다면 돌이 되겠다는 마음들이 있었다. 외로운 밤도 오기 전이었는데. 돌의 옆이라면 나무여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적당히 단단한 돌이 먼지 같은 별로 무사히 풍화할 때까지, 바위 아래로 뿌리를 내리고 조용히 늙어갈 고목을 떠올렸다. 그렇게 다시 우리일 것이었다. 쏟아지는 별자리들, 꽃게와 처녀와 쌍둥이와 물병의 이야기처럼. 밤의 풍경은 그렇게 평등하게 내려앉을 것이었다. 작아지고 사라지는 돌 위에도 그 옆에서 몇 번이고 잎을 피워냈을 나무 위에도. 그리고 문장으로 가려지지 않는 가난의 설움 위에도.
가난도 꿈도 지겨운 삶 위에 우리라는 글자를 계속 덧씌웠다. 버스 안에서 귤을 까먹으며 지금과 다음 생의 사이를 가만 떠올려보았다. 어쩐지 외롭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