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기의 삼바: Batatinha의 땀, Dona Ivone Lara의 눈물

지난 브라질 여행에서 오래된 삼바 둘을 배웠다. 하나는 São Paulo의 음반 가게에서, 다른 하나는 Paulinho da Viola의 공연장에서. 생이 지겨운 날이면 두 노래를 종종 꺼내 먹었다. 그 위안을 나누고 싶었다.

Batatinha의 땀

금요일 오후, República, São Paulo.

Galeria Nova Barão

낡은 상가 건물의 2층. 작은 중고 음반 가게들이 모인 곳을 찾았다. 음원으로만 듣던 노래들을 손에 쥐고 싶었다. 가게 하나를 들를 때마다 손이 무거워졌다. 아마 다섯 번째 가게였던가. 문을 열자 묵직한 Kenwood 스피커에서 처음 듣는 삼바가 흘러나왔다.

듣자마자 알았다. 익숙하게 아는 그 맛이구나. 그리고 난 이 노래를 사랑할 수밖에 없겠구나. 느릿하게 쌓이는 리듬, 할아버지가 부르면 합창이 따르는 구성, 찰랑이는 까바끼뉴로 오르내리는 소박한 격정까지. 짧은 포르투갈어로 주인에게 물었다. 이 노래는 뭔가요? 가수는요?

그렇게 알게 된 가수의 이름은 Batatinha작은 감자. 성격이 좋아 붙은 별명이라 했다*. 숙소로 돌아와 그의 이름을 찾았다. 그는 일찍 부모를 잃고 온갖 생업에 내몰렸던 가난한 흑인이었다. 그러고도 곡을 쓰고 라디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유독 그리움과 슬픔을 자주 노래해 삼바를 하고도 ‘브라질의 블루스’로 불리었다.

* 당대엔 성격이 좋은 이를 Batata감자라 불렀고, 여기에 겸손을 담아 축약형 어미인 -inha를 붙였다는 설이 전해진다.

노래의 제목은 Toalha da Saudade그리움의 수건. 가사 속 그는 지난 카니발에서 땀을 닦던 수건을 간직하고 있다. 축제는 다 끝났고 남은 건 그리움과 불행. 그의 해법은 간단했다. 삼바를 하자. 환상이 아닌 일상에서도, 환멸도 실망도 없이, 다시 노래하자. 눈물을 땀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라 좋았다. 줄곧 사랑해 온 브라질 그대로였다.

Dona Ivone Lara의 눈물

토요일 밤, Espaço Unimed, São Paulo.

캄캄한 밤의 공연장. Paulinho da Viola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비행기 티켓보다도 먼저 예약한 공연이었다. 끝내 못 보리라 생각했던, 여든이 넘은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는 몇 번이고 돌려보던 영상처럼 웃고 노래하고 연주했다.

드문드문 알아들은 그의 말들이 좋았다. 그는 스스로 거장이면서도 자신보다 앞선 이들을 호명하며 존경을 표했다. 자신에게 지금 쏟아지는 조명을 역사로 돌리려는 듯이. Dona Ivone Lara의 이름도 그렇게 알았다. 먼저 떠난 여성 삼비스타의 얼굴이 무대 화면을 메웠고, Paulinho의 딸 Beatriz가 Dona의 유산을 다시 불렀다.

Dona의 노래를 부르는 Beatriz Rebello.

Dona는 음악인이기에 앞서 간호사이자 사회복지사였다. 정신과 연구소에서 일하며 환자들을 돌봤고, 수용소 같은 시설에 반대하는 개혁에 나섰다. 그는 음악의 힘을 믿었다. 음악실에서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일을 치유의 수단으로 삼았다.

동시에 그는 위대한 작곡가이자 가수였다. 성차별이 심한 업계였기에 처음엔 익명으로 곡을 썼으나, 끝내 삼바 학교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삼바의 여왕, 위대한 대모로 불렸고, 그의 생일은 여성 삼비스타를 기리는 국경일*이 되었다.

* Dia Nacional da Mulher Sambista. 매년 4월 13일.

대단한 삶을 엿본 뒤에 그의 노래를 더 찾았다. 제목만 보고도 좋아진 곡이 있었다. Nasci Pra Sonhar e Cantar꿈꾸고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어. 삼바와 쇼루 사이, 느리고 우아한 송가 같았다. 가사는 자전적인 듯 환자와 청자를 향한다. 슬픔의 세계에서도 내가 해야 할 일은 꿈과 노래와 사랑. 나는 울지 않을 내일을 기다리는 새벽. 이번에도 삼바는 눈물 다음의 기약이었다.


Batatinha는 불행에 맞서 좋았던 날의 땀을 반복한다. Dona Ivone Lara는 눈물이 마를 내일의 꿈을 노래한다. 통속적인 짠맛을 외면하지 않고도 생을 믿는 태도를 나는 긍지라고 읽는다. 그런 삼바의 소금기를 나누고 싶었다.

MASP(상파울루 미술관) 3층 상설 전시관.
Heitor dos Prazeres가 그린 환희의 삼바와 Candido Portinari가 그린 가난한 흑인을 겹쳐두었다.

Batatinha, Toalha da Saudade

Tenho ainda guardada
Como lembrança do carnaval que passou
Uma toalha bordada que na escola de samba
Um lindo rosto enxugou
아직 간직하고 있어
지나간 카니발의 추억으로,
삼바 학교에서 한 아름다운 얼굴을 닦은
자수가 놓인 수건 한 장을

É a toalha da saudade
Da minha infelicidade
Não me vai ornamentar
E pra não sofrer desilusão
Nem passar decepção
Eu vou sambar
그건 그리움의 수건
나의 불행
[그건] 날 빛내주지 않을 거야
환멸에 고통받지 않기 위해
실망을 겪지 않기 위해
난 삼바를 할 거야

Dona Ivone Lara, Nasci Pra Sonhar e Cantar

O que trago dentro de mim preciso revelar
Eu solto um mundo de tristeza que a vida me dá
Me exponho a tanta emoção
Nasci pra sonhar e cantar
Na busca incessante do amor
Que desejo encontrar
내 안에 들어온 것들을 표현해야 해
나는 삶이 내게 준 슬픔의 세계를 풀어내
수많은 감정 앞에 나를 드러내지
난 꿈꾸고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어
만나고픈 사랑을
끝없이 찾으면서

Tanta gente por aí que não terá
A metade do prazer que sei gastar
No amor sou madrugada
Que padece e não esquece
Que há sempre um amanhã
Para o seu pranto secar
저기, 수많은 사람들
내가 누릴 줄 아는 기쁨의 절반도 못 가진
사랑 안에서 나는 새벽이야
고통받으면서도 잊지 않지
그들의 눈물이 마를
내일은 항상 온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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