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결을 따라 하늘 위 검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것들이 있다. 공들여 건축한 우주선, 수신인을 모르는 시그널, 우리가 되는 꿈을 꾸는 실의 끝, 셋 다인 것들이 있다. 인칭을 지우다 독백이 되었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 독백이 되었다. 저주하는 무속인의 웅얼거림이었고 회개한 자의 습한 손이었으며 차라리 가난한 사내의 구걸이었던 문장들이 묵묵히 비워지다 사라진다. 어떤 일도 풀거나 끊지 못할 말들이.
바람 냄새가 변한다. 계절의 열매가 떨어진다. 가을 사과를 먹었다. 여름에 짜냈을 포도 액기스를 후식으로 먹었다. 가을과 여름이 묻었던 입술을 본다. 입속 깊은 곳에서 비롯할 빛을 상상한다. 스마트폰 진동에도 침착하고 짝 안 맞는 빨래도 차곡차곡 개어놓을 빛이 입안으로 와락 쏟아진다. 꽃 같은 빛이 검은 우주로 솟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