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브라질의 성탄 노래를 옮긴다. 시린 날, 춥지 않을 남반구의 12월을 길어올리는 심정으로.
2분 남짓의 크리스마스 선물, 〈Presente de Natal〉는 61년의 João Gilberto가 불렀다. 목소리와 기타, 피아노 터치 몇 번. 쏟아질 듯 늘어질 듯 아슬한 리듬까지. 단정하게 울렁이는 João의 소리 풍경 그대로여서 캐럴로도 좋았다. 선물을 바라며 눈뜬 아침의 리듬도 그런 식이니까.
가사 속 소년도 선물을 받는다. 종이로 감싼 당신이자 인형이자 종이로 만든 얼굴인 것을. 수수께끼 같은 이 선물은 뭐였을까. 그저 종이 인형이었을까. 남자한테 무슨 인형이냐며 투정하면서도 결국 좋아하고 마는 그런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선물은 당신, 소년의 연인이었을까. 인형 같은 당신이 내겐 선물이라며, 어린 고백이라도 하려 했던 걸까.
상자엔 뭐든 넣을 수 있으니 더 먼 상상도 괜찮겠지.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날이니 선물은 동생이 생긴 순간이었을지도 모르지. 소년이 꼭 어리란 법은 없으니 그는 아기를 맞이한 부모였을지도 모르지. 성별 표현에 잠시 눈 감는다면, 인형의 모양을 달리 그릴 수 있다면, ……. 몇 번의 ‘다면’을 통과하고 나면 다들 저마다의 선물을 갖게 될지도 모르지.
크리스마스 선물이 눈처럼 평등하게 내려앉을 수 있다면. 눈 덮인 마을을 상상하며 가사를 옮겼다.
Papai Noel me deu um bom presente de Natal
Você embrulhadinha num papel monumental
산타 할아버지가 내게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셨어
기념비적인 종이로 포장된 너를
Quem ganha boneca
É menina eu sei
Mas eu sou menino
E também ganhei
인형을 선물 받는 건
소녀라는 걸 나도 알아
그치만 나는 소년이면서도
인형을 선물 받은 걸
Não foi uma bola
Nem sequer um cavalinho
Mas foi você amor
Que veio então pra ser o meu benzinho
그건 공도 아니었고
심지어 작은 말도 아니었지
그치만 그건 나의 사랑, 너였어
그때 나의 연인이 되기 위해 다가온 건
Cabeça de papel
종이로 만든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