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오래 좋아해 왔다. 까닭 없이 달뜨고 가라앉는 마음들이 간지러웠다. 성탄과 말일 사이, 미처 못 치운 트리와 꼬마전구 따위가 예뻤다. 무르고 게을러도 용서받는 일주일. 그런 다정함이 더 오래이길 바랐다.
그러니 브라질의 성탄 노래를 하나 더 옮긴다. 이번엔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둔 나비, 〈Borboleta〉.
브라질 북동부의 민요를 91년의 Marisa Monte가 불렀다. 원주민 혹은 아프리카의 무드로 시작해 보사 노바로 짧게 맺는다. 이런 선택이 좋았다. 브라질이니까. 추운 겨울 유럽의 성가를 구태여 흉내 내지 않는 긍지로 들렸다.
노랫말은 쉬운데 화자의 정체는 모호하다. 처음엔 나비를 초대하는 사람이었다가, 나중엔 스스로 나비였다가. 시점을 여러 번 오간다. 부르는 이와 듣는 이, 나와 나비의 경계가 흐려진다. 비슷하게 들어본 적 있는 구도라 도리어 생경했다. 브라질의 캐럴이 장자의 꿈 같다니.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도 사람들은 비슷한 얘기를 짓고 만다니.
세계의 모양이 저만치나 다르고 이만치나 가깝다. 이건 아마도 축복이자 저주. 눈에 담긴 곤경의 수만큼이 저주라면 우리의 일은 그만큼의 구원을 노래하는 일. 그러니 작고 마술적이고 기쁜 노래를 나눌 수밖에.
Borboleta pequenina
Que vem para nos saudar
Venha ver cantar o hino
Que hoje é noite de Natal
작은 나비
우리를 맞이하러 오는
성가를 부르는 걸 보러 오렴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Eu sou uma borboleta
Pequenina e feiticeira
Ando no meio das flores
Procurando quem me queira
나는 한 마리 나비
작고 마술적인
꽃들 사이를 걷지
날 좋아할 이를 찾으면서
Borboleta pequenina
Saia fora do rosal
Venha ver quanta alegria
Que hoje é noite de Natal
작은 나비야
장미 화단 밖으로 나오렴
얼마나 기쁜지 보러 오렴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
Borboleta pequenina
Venha para o meu cordão
Venha ver cantar o hino
Que hoje é noite de Natal
작은 나비야
나의 끈을 보러 오렴
성가를 부르는 걸 보러 오렴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