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mos의 새해 다짐: Ivan Lins, 〈Novo Tempo / Fim de Ano〉

새해엔 새해의 문장들을 만난다. 이를테면 새로운 배움, 새로운 몸, 새로운 생업을 향한 말들.

실은 믿고 싶지 않았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는 다짐들이 괜히 미웠다. 며칠 전만 해도 우리는 과거를 말하고 있었는데. 사랑과 감사를 낭비하고 있었는데. 미래라니, 성장이라니. 세계는 여전히 진창인데 내 생의 쓸모부터 벼리자니. 그런 마음이 들면 도망치고 싶었다.

Ivan Lins의 앨범 Um Novo Tempo

그래, 나만이라도 돌아가자. 때늦은 캐럴이나 들을 셈이었다. 99년 Ivan Lins의 《Um Novo Tempo》. 브라질이자 재즈이자 팝인 Ivan Lins 다운 음반이었다. 뻔한 고전에 특유의 코드 진행과 삼바 몇 방울을 똑똑. 다시 12월 같았다. 마지막 노래의 가사를 읽기 전까지만 해도. 

소리만 들으면 오롯이 연말이었다. 자신의 옛 노래 〈Novo Tempo〉에 더 오래된 노래 〈Fim de Ano〉를 붙여 성가의 외투를 입혔다. 거기에 뚱땅대는 건반과 아이들의 합창까지. 평화로운 작년이었다.

Ivan Lins

그러나 평온히 머무를 수 없었다. 〈Novo Tempo〉, ‘새 시간’이라는 제목이 그저 평범한 새해를 뜻하지 않았으므로. 그건 노래가 처음 쓰인 1980년, 독재를 견디며 간신히 품은 희망이었으므로. 투쟁가는 세속의 일부가 되었지만 노랫말만은 무뎌지지 않았다. 친절한 소리로 건네는 불편한 심정. 덕분에 나이브한 연말에 투쟁의 감각이 서렸다.

Estamos. 노래는 ‘새 시간’을 1인칭 복수 현재형으로 다룬다. 새 시간이라더니 왜 현재형일까. 좀 더 그럴듯한 미래여도 됐을 텐데. 노래는 구태여 험궂은 현재에 머무른다. 저절로 올 내일에는 별 기대가 없다는 듯이.

대신 노래는 시제가 아닌 인칭, 1인칭 복수에 기대를 건다. 내가 아닌 우리가 변해야만 비로소 새로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노래 속 우리는 서로를 살피고 배려한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함께 싸운다. 살아남는 일이 한갓 복수에 그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광장에 모여 노래한다. 우리의 길을 역사로 남기기 위해.

Ivan Lins와 친구들

새해의 다짐이 우리의 꿈일 수도 있다니. 내 삶을 단정하게 다려놓는 일이 우리를 구하고, 그걸로 세계를 몇 뼘쯤은 갱신할 수 있다면. 그런 Estamos라면 몇 번을 품어도 부끄럽지 않겠지. 그런 기대로 옮겼다.

2004년 히우에서의 라이브 영상.

* 1980년의 원곡에만 있는 가사를 아래에 따로 옮긴다.

No novo tempo
Apesar dos perigos
Da força mais bruta
Da noite que assusta
Estamos na luta
Pra sobreviver
Pra sobreviver
Pra sobreviver

새 시간에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장 거친 힘의 위험에도
겁을 주는 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쟁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No novo tempo
Apesar dos castigos
De toda fadiga
De toda injustiça
Estamos na briga
Pra nos socorrer
Pra nos socorrer
Pra nos socorrer

새 시간에는
처벌에도 불구하고
모든 피로에도
모든 불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싸우고 있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를 구하기 위해
우리를 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