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무엇으로 무기가 되는가.’ 음악의 사회적 효용을 찾던 때가 있었다. 내 오랜 취미의 쓸모를 믿고 싶었다.
당연히 답은 못 구했다. 노래는 그저 노래일 뿐이고, 그걸 초과하는 건 차라리 숙명에 가까우므로. 실패를 먼저 배웠다. 전위적인 형식으로 저항하다 전시장에 머문 것들. 좋은 의도였으되 질 나쁜 조롱에 그친 것들.
그래서 예외들에 눈이 갔다. 무기의 꿈 없이도 무기가 된 노래들이 있었다. 서정을 불러도 줄곧 불온했던 김민기의 노래들. 성공한 케이팝이었으나 시위 현장을 울렸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같은.
79년 Simone의 〈Tô Voltando〉도 그랬다.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기쁨을 노래했으나 저항의 상징이 됐다. 오래 사랑한 노래여서 그 운명의 배후를 좇았다.
- 먼저 작가의 삶. 작곡가 Maurício Tapajós에겐 전적이 있었다. 1년 전 그는 〈Querelas do Brasil〉라는 곡을 썼다. 명곡 〈Aquarela do Brasil〉를 비튼 노래였다. ‘브라질의 수채화(Aquarela)’에서 ‘브라질의 비탄/애도(Querela)’로. 그는 브라질을 찬미하는 노래를 뒤집어 ‘브라질이 브라질을 죽이고 있다’고 노래했다. 그에게서 다음의 저항을 기대할 법도 했다.
- 시대도 잘 맞았다. 노래가 나오고 몇 달 뒤, 브라질 대통령은 광범위한 사면법에 서명했다. 정치 탄압으로 망명했던 이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그들이 공항에 들어설 때면 사람들은 〈Tô Voltando〉를 불렀다. ‘내가 돌아가는 중이야.’ 역사가 깔아둔 배음 덕에, 노래 속 귀향은 시대를 복권하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삶과 시대만으로 무기가 될 수 있을까. 〈Tô Voltando〉에는 무거운 의미를 너끈히 지탱할 악곡과 가사가 있었다.
- 곡의 구조는 단순하다. 피아노 워킹 베이스와 가창으로 시작해 같은 테마가 반복된다. 그러나 노래는 점점 크고 높은 곳을 향한다. 하나의 테마 안에 두 번의 전조가 있고, 그걸 세 번 반복하며 두 번의 전조를 더 한다. 가장 높은 곳에 이르러 노래는 제창으로 끝맺는다. 숨차게 비상한 끝에 도달하는 고지대의 유포리아. 이런 고양감 앞에서는 도리가 없다.
- 그리고 가사. 화자는 집에서 하고 싶은 평범한 것들을 나열한다. 그저 노래하고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일. 그러면서 끝없이 반복한다. ‘내가 돌아가는 중이야.’ 공항에서 이 가사를 부르는 심정을 가늠해본다. 간신히 돌아온 이들 앞에서, 그들의 마음을 내 마음인 양 1인칭으로 불렀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80년 광주 때 (…) 계엄군이 저 노래를 부르면서 지나가고 (…) 바로 다음 장면에 시위대가 저걸 투사의 노래로 부르더라고요. (…) 노래라는 게 참 묘한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늙은 군인의 노래〉에 대한 김민기의 인터뷰. 2018년 9월 13일, JTBC 뉴스룸.
어떤 노래가 노래 이상이 될 때. 때때로 위험하지만 차마 버릴 수도 없을 때. 우리의 힘을 믿는 우리에게 노래가 희망이 될 때. 그런 순간들을 잡아두고 싶어 노랫말을 옮겼다.
Pode ir armando o coreto
E preparando aquele feijão preto*
Eu tô voltando
Põe meia dúzia de Brahma** pra gelar
Muda a roupa de cama
Eu tô voltando
야외 음악당을 정리해둬
그리고 검은 콩도 준비해둬
내가 돌아가는 중이야
여섯 개들이 Brahma 맥주를 냉동실에 얼려둬
침대 시트를 갈아둬
내가 돌아가는 중이야
* Feijoada: 검은 콩을 넣어 만든 스튜. 브라질의 대표적인 가정식.
** Brahma: 브라질의 국민 맥주.
Leva o chinelo pra sala de jantar
Que é lá mesmo que a mala eu vou largar
Quero te abraçar, pode se perfumar
Porque eu tô voltando
식사할 방에 슬리퍼를 챙겨가둬
분명 거기 여행 가방을 놓을 거거든
널 끌어안고 싶어, 향수를 뿌려도 돼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까
Dá uma geral, faz um bom defumador
Enche a casa de flor
Que eu tô voltando
Pega uma praia, aproveita, tá calor
Vai pegando uma cor
Que eu tô voltando
대청소를 해, 좋은 향을 피워
집을 꽃으로 채워둬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
해변으로 가, 즐겨, 날이 더워
선탠을 해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
Faz um cabelo bonito pra eu notar
Que eu só quero mesmo é despentear
Quero te agarrar, pode se preparar
Porque eu tô voltando
내가 알아볼 수 있게 예쁜 머리를 해
네 머리를 진짜 헝클어트리고 싶거든
너를 끌어안고 싶어, 준비해도 좋아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까
Põe pra tocar na vitrola aquele som
Estréia uma camisola
Eu tô voltando
Dá folga pra empregada
Manda a criançada pra casa da avó
Que eu tô voltando
레코드 플레이어로 그 노래를 틀어
새 잠옷을 준비해둬
내가 돌아가는 중이야
가정부에게 휴가를 줘
애들은 할머니 집에 맡겨둬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
Diz que eu só volto amanhã se alguém chamar
Telefone não deixa nem tocar
Quero lá-raiá-ra-raiá Rá-raiá
Porque eu tô voltando
누가 전화하면 내가 내일 돌아갈 거라고 전해
전화가 울리지 않게 해
라-라이야-라-라이야 라-라이야 하고 싶어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까
Lá-la-raiá-la-raiá
Quero la-ra-raiá
Porque eu tô voltando
라-라-라이야-라-라이야
라-라-라이야 하고 싶어
내가 돌아가는 중이니까
안녕하세요, 우연히 들어왔는데 가사 번역과 해설 잘 보고 갑니다. 계속 올려주시면 좋겠네요.
확인이 많이 늦었습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혹 닉네임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분이 맞으시다면,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올려주신 글을 통해 그간 받은 도움이 참 많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글을 통해 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