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을 세다 속았지: 뉴진스와 Celso Fonseca

Celso Fonseca를 듣다 뉴진스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Erasmo, Rita e Carlos〉와 〈Attention〉. 터무니없는 비교임을 안다. 둘의 거리는 보사 노바와 댄스 팝만큼이나 멀다. 다만 이것만은 닮았다. 둘은 리듬으로 청자를 속인다. 순식간에 리듬을 예감케 하고 곧장 배반한다. 변칙의 힘을 믿는다는 점에서 둘은 한패다.

1. 뉴진스의 경우

〈Attention〉은 첫 10초로 리듬을 흔든다.

(0:00~0:09) 시작은 정직한 4박자. 4번의 강세에 “에 에 에 에” 목소리 샘플과 박수가 빠짐없이 꽂힌다. 뻔한 리듬 앞에선 듣는 이의 할 일도 뻔하다. 하나 둘 셋 넷, 속으로 박을 세며 몸을 흔드는 수밖에. 

(0:10) 그러다 10초 뒤, 없던 소리들이 반박자 빨리 밀려들면 여지껏 세던 리듬이 무너진다. 정박에서 밀려난 목소리 샘플은 리듬을 메우는 장식이 되고, 박수는 4박자의 둘째 넷째 약박으로 쫓겨난다. 흔들던 몸이 잠깐 어색해진다. 

반박자의 멈칫. 노래는 이때를 노린다. 리듬을 새로 이해하려 쫑긋 세운 귀에 메인 테마를 흘려보낸다.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전자 건반의 포근함으로. 찰나의 주목으로 보드라운 이 노래에 굴곡을 더하면서. 〈Attention〉의 마법은 이렇게 시작된다. 

2. Celso Fonseca의 경우

뉴진스가 반박자를 당긴다면 Celso Fonseca는 두 마디를 당긴다. 이번에도 10초면 충분하다. 

(0:00~0:07) 기타 반주가 문을 연다. 누가 뭐래도 보사 노바인 느긋한 리듬으로. 같은 패턴이 코드만 바꿔 네 번 반복될 때, 우리는 이 노래의 미래를 예감하게 된다. 이런 네 마디의 묶음이 끝없이 이어질 거라고. 나른하고 정갈한 반복이 계속될 거라고. 

(0:08~0:11) 두 마디의 반복이 이어지고 세 번째 마디에서, 갑자기 가창이 시작된다. 남은 두 마디를 건너뛴 채 본론이 시작된다. 언제 약속이나 했냐는 듯 시침을 떼며. 덕분에 듣는 이는 준비할 새도 없이 이야기로 내몰린다. 신발 끈도 못 묶은 채 여행을 떠난다. 

3. 과거를 속이는 꿈의 편집

떠밀리듯 시작한 노래엔 브라질 음악의 옛 이름들이 그득하다. Erasmo Carlos, Rita Lee, 그리고 Roberto de Carvalho까지. 

그리고 뜻 모를 장면이 이어진다. 화자는 Erasmo와 기타를 치다 Rita와 협연을 약속하고, Rita와 Roberto의 열차를 따라 탄다. 차라리 꿈 같은 이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 세 사람의 생애를 살폈다.

Erasmo Carlos

먼저 Erasmo. 그의 시작은 로큰롤이었다. 보사 노바와 진지한 MPB가 주를 이루던 1960년대, 그는 북미의 로큰롤을 들여왔다. 어려운 의미 대신 쉽고 확실한 재미의 편에 섰다. 그는 단짝들과 함께 음악 운동 ‘Jovem Guarda(젊은 파수꾼)’을 이끌었고, 같은 이름의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청년들을 흔들었다.

Rita는 다음 세대였다. 마찬가지로 북미의 록을 가져왔으나 그때의 록은 사이키델릭이었다. 덕분에 그는 좀 더 진지했다. 문화 운동 ‘트로피칼리아(Tropicalia)’의 일원으로 독재 정권에 맞섰고, 이후에도 동물권 운동에 목소리를 냈다.

Rita의 새 밴드가 자리를 잡을 무렵, 그는 Roberto를 만났다. 둘은 곧 결혼했고, 세 자녀와 무수한 명곡의 부모가 되었다. 여전히 록이되 보사 노바도 일렉트로닉도 될 수 있는 근사한 팝이 끝없이 이어졌다. 2023년, Rita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둘은 함께였다. 부부로서 또 동료로서.

Rita Lee와 Roberto de Carvalho

여기까지 역사를 헤고 나면 화자인 Celso Fonseca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진다. 그는 없던 과거를 지어낸다. 사랑하는 역사를 끌어와 한데 섞는다. 시대도 장르도 제각각인, 꿈에서만 가능한 올스타전에 기꺼이 참여한다. 선배들의 동료가 되어 영광스러운 과거를 다시 산다. 그곳에 우리를 초대한다. 리듬을 속이고 과거를 속여가면서. 

그런 마음이라면 낯설지 않다. 오래된 브라질 노래를 구태여 우리말로 옮기는 마음도 실은 비슷하므로. 그런 이유로 노랫말을 옮겼다. 

Celso Fonseca와 Ronaldo Bastos. 〈Erasmo, Rita, e Roberto〉를 비롯한 많은 곡을 함께 썼다.
Erasmo Carlos와 Rita Lee가 함께 부른 〈Minha Fama De Mau〉. 이 노래의 제목은 2019년 Erasmo를 다룬 전기 영화의 제목으로도 쓰였다.
Rita Lee의 대표곡 〈Lança Perfume〉. Roberto de Carvalho와 함께 썼다.
Rita Lee와 Roberto De Carvalho가 마지막으로 함께 한 노래. 브라질의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Gui Boratto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