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이 추동하는 삶은 건강하지 않다고 여긴다. 과거에 붙들린 삶과 희생을 강요받는 삶을 갖게 될까 두렵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에도 얼마간 저런 시선이 섞여 있었음을 고백한다. 군대에서 접한 참사여서 온전히 공감할 때를 놓쳤고 가쁘게 활동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초라한 나를 더 숨겼다. 얕은 생각이었다. 진정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다면 죄책감을 탓하거나 그 연원을 따져 물어선 안 되었다. 오히려 그 기분을 충분히 끌어안아 제 윤리로 벼려야 했다. 죄책감 이후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떠올려야 했고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고 있어야 했다. 꼭 일 년이 되어서 이만큼을 다짐한다. 다짐의 무게는 한참 후에야 헤아려질 것이다.
늦게 도착한 광화문에는 사람이 가득해서 볼 수 없고 들을 수만 있었다. 하지만 몇 만의 사람들이 일순간 눈물 짓는 순간만은 들리는 동시에 보이는 듯했다. 가장 슬펐던 말은 차마 옮길 수 없어 가장 아름다웠던 노래를 옮긴다.
말로, 〈제 자리로〉, 《겨울, 그리고 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