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텐트 말고 강당에서 잠을 잤다. 오래 켜뒀을 강당의 백열등이 채 꺼지지 못하고 잔열로 느물거리고 있었다. 머리 위로 회백색 막대들이 파도처럼 뒤틀렸다. 그게 예뻐서 눈을 감지 않고 강백수의 타임머신을 들었다. 말을 밀어붙이는 노래들을 가만가만 듣다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잤다.
노랫말에 나를 집어넣기 시작하면 온갖 셀프 연민들이 쏟아진다, 로 시작하는 미운 생각 몇 뭉텅이를 올리려다 말았다. 대신 누구든 붙잡고 많이 떠들기로 했다. 아무 말이나 하다 다시 혼자가 되면 세계는 조금 더 무서워지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은 기분이 좋아진다. 단단히 믿는 것들만 작고 적게 말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안 되는 걸 알아서 많이 말하고 많이 듣기로 했다. 그러면 잠깐 외롭지 않다. 지금은 잠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