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가의 동요를 좋아한다. 평소보다 품을 들여 친절해진 작은 세계들이 좋았다. 학교에서 배운 김민기의 〈백구〉. 어릴 적 누나가 불러준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 계피의 목소리로 처음 들은 〈봄〉 같은 노래들.
동요라 해서 맑고 고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 곁에 웅크리고 앉은 설움들도 있었다. 일 떠난 엄마와 홀로 남은 아이(섬집 아기). 못 가진 강변을 그리워하는 마음(엄마야 누나야). 어린이의 영토는 소중한 만큼 연약하고, 가까운 어른의 사정에 쉬이 물든다. 그걸 일러주는 노래들에 마음이 갔다.
Adriana Calcanhotto도 그런 노래들을 불렀다.
동요가 아닐 때, 그는 실험적인 소리들을 주로 지었다. TV 시리즈의 음악으로 대중과 만나면서도 낯선 소리 풍경을 포기하지 않았다. 록이지만 얼터너티브였고 삼바이면서도 일렉트로닉이었다. 삶 또한 비범했다. 브라질에서 자랐지만 포르투갈의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쳤고,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기 전부터 여성과의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 보사 노바의 시인 Vinicius de Moraes의 딸이기도 한 배우 Suzana de Moraes와 1989년부터 함께 살았다. 2010년 정식으로 혼인하였고, 2015년 Suzana가 세상을 뜰 때까지 함께했다.
그러나 동요를 부를 땐 달랐다. Adriana Partimpim이란 아명으로 평소보다 쉬운 음악을 선보였다. 공연장은 아이들의 세상이었다. 무대 위엔 장난감이 놓였고 아래에선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을 췄다. 그러면서도 짜임새 있고 우아했다. 그의 동요엔 배려를 핑계로 무뎌지지 않는 품위가 있었다.
밝은 가사만 부르지는 않았다. 〈Fico Assim Sem Você〉, ‘네가 없는 나는 이래’는 상실을 노래한다. 쪽쪽이 없는 아기, 뽀뽀 없는 사랑, 줄리엣 없는 로미오를 나열하며 단짝의 부재를 그리워한다. 덕분에 이런 예감이 깃든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걸 얻겠지만 못지 않게 소중한 여럿을 잃으리라는 것. 성장의 배후엔 이별이 자리한다는 것을.
〈Saiba〉, ‘알아 두렴’은 인간의 뻔한 운명을 노래한다. 동서고금 위인과 악인의 이름을 나열하며 당연한 사실들을 되뇌인다. 이들도 한때는 어렸다고. 그들도 부모가 있었고, 두려움이 있었고,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 그러니 겁먹을 것도 자만할 것도 없다고. 그렇게 노래는 어린이에게 용기와 겸허를 양 날개로 달아준다.
어린이에게 구태여 쓴맛을 알려주는 이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앎의 일이라면 영원한 슬픔을 예언하는 것은 예술의 일. 이런 조기 교육이라면 마다할 수 없어 두 노래의 가사를 옮겼다.
Fico Assim Sem Você
Avião sem asa
Fogueira sem brasa
Sou eu assim sem você
날개 없는 비행기
불씨 없는 모닥불
네가 없는 나는 이래
Futebol sem bola
Piu-piu sem Frajola
Sou eu assim sem você
공 없는 축구
실베스터 없는 트위티*
네가 없는 나는 이래
* 루니툰 시리즈의 캐릭터들. 브라질에서는 삐우-삐우, 프라졸라라고 불렸다.
Por que é que tem que ser assim?
Se o meu desejo não tem fim
Eu te quero a todo instante
Nem mil auto-falantes
Vão poder falar por mim
왜 이래야 하는 걸까?
나의 욕망에 끝이 없다면
나는 항상 너를 좋아해
천 개의 확성기도
나를 대신해 말할 순 없을 거야
Amor sem beijinho
Buchecha sem Claudinho*
Sou eu assim sem você
뽀뽀 없는 사랑
Claudinho 없는 Bouchecha
네가 없는 나는 이래
* 원곡을 부른 듀오 Claudinho & Buchecha.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Claudinho는 2002년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Circo sem palhaço
Namoro sem amassi
Sou eu assim sem você
광대 없는 서커스
스킨십 없는 데이트
네가 없는 나는 이래
‘To louco pra te ver chegar
‘To louco pra te ter nas mãos
Deitar no teu abraço
Retomar o pedaço
Que falta no meu coração
네가 오는 걸 보고 싶어 미치겠어
네 손을 잡고 싶어 미치겠어
네 품에 눕고
내 마음에서 사라진 조각을 다시 잡고
Eu não existo longe de você
E a solidão é o meu pior castigo
Eu conto as horas pra poder te ver
Mas o relógio ‘tá de mal comigo
나는 당신과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고독은 내게 가장 나쁜 형벌이야
나는 너를 볼 수 있을 시간을 세어 봐
하지만 시계는 내 마음 같지 않지
Por quê? Por quê?
왜일까? 왜일까?
Neném sem chupeta
Romeu sem Julieta
Sou eu assim sem você
쪽쪽이 없는 아기
줄리엣 없는 로미오
네가 없는 나는 이래
Carro sem estrada
Queijo sem goiabada
Sou eu assim sem você
길 없는 차
구아바 잼 없는 치즈*
네가 없는 나는 이래
* 구아바 잼과 치즈를 함께 먹는 브라질의 디저트. 레시피의 이름이 ‘로미오와 줄리엣(Romeu e Julieta)’이다.
Saiba
Saiba,
Todo mundo foi neném
Einstein, Freud e Platão também
Hitler, Bush e Sadam Hussein
Quem tem grana e quem não tem
알아 두렴,
모두는 한때 아기였어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플라톤 또한
히틀러, 부시, 사담 후세인
돈을 가진 이와 못 가진 이
Saiba,
Todo mundo teve infância
Maomé já foi criança
Arquimedes, Buda, Galileu
e também você e eu
알아 두렴,
모두에겐 유년 시절이 있었지
무함마드 역시 어린이였지
아르키메데스, 부처, 갈릴레오,
그리고 너와 나 또한
Saiba,
Todo mundo teve medo
Mesmo que seja segredo
Nietzsche e Simone de Beauvoir
Fernandinho Beira-Mar
알아 두렴,
모두에겐 두려움이 있었지
그게 비밀이어야 한대도
니체, 시몬 드 보부아르
페르난지뉴 베이라-말*
* 브라질의 대표적인 범죄 조직 Comando Vermelho의 지도자였던 무기 및 마약 밀매업자. 2002년 구속되어 현재도 수감 중이다.
Saiba,
Todo mundo vai morrer
Presidente, general ou rei
Anglo-saxão ou muçulmano
Todo e qualquer ser humano
알아 두렴,
모두는 죽게 될 거야
대통령, 장군 또는 황제
앵글로색슨 혹은 무슬림
모든 인간 존재들
Saiba,
Todo mundo teve pai
Quem já foi e quem ainda vai
Lao Tsé, Moisés, Ramsés, Pelé
Ghandi, Mike Tyson, Salomé
알아 두렴,
모두에겐 아빠가 있었어
이미 떠나간, 그리고 아직 있는
노자, 모세, 람세스, 펠레
간디, 마이크 타이슨, 살로메
Saiba,
Todo mundo teve mãe
Índios, africanos e alemães
Nero, Che Guevara, Pinochet
e também eu e você.
알아 두렴,
모두에겐 엄마가 있었어
인디언, 아프리카인, 독일인
네로, 체 게바라, 피노체트
그리고 너와 나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