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꿈에서 아빠를 만난다. 지금은 요양병원에 있는, 기억도 시간도 천천히 잊어가는 사람을.
그리 사랑했던가. 아니면 아버지란 낱말을 대단히 섬긴 적이 있었던가. 둘 다 아니었으나 꿈은 꾼다. 일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빈 막걸리 병을 숨기던 사람. 금요일이 되면 기숙사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감자를 한 솥씩 삶아내던 사람.
나는 그를 닮았다. 나는 낮술을 좋아한다. 그의 18번인 나훈아를 듣고 부른다. 불콰하게 취한 숨으로 금세 잠든다. 나는 그를 음식으로 기억한다. 함께 먹던 남포동 서울깍두기의 설렁탕, 부추와 새우젓을 넣은 대연동 쌍둥이 돼지국밥 같은 것들로. 그래서 잊지 못한다. 종종 그를 미워하고 그보다 더 자주 모질었던 나를.
가끔 꿈에서 만난다. 그는 또 술을 마신다. 사랑스럽지 않은 누런 이로 삐뚤빼뚤 취한 마음을 뱉는다. 내 눈을 보고 웃고 말하고 기억하고 화를 내고 온몸으로 무너진다. 다시 볼 수 없으니 끝내 모를 장면들. 그게 그렇게 그리웠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