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은 현실을 옛 이야기에 빗대어 그리는 노래가 있다. 1974년과 75년에 나온 두 버전의 〈O Mestre-Sala Dos Mares〉.
74년의 Elis Regina는 이 노래를 건반이 천천히 밀어 가는 격정으로, 75년의 João Bosco는 나긋나긋 경쾌한 삼바로 불렀다. 가사를 읽으니 둘 다 납득이 되는 해석이었다. 오래 품어 온 노래들이어서 우리말로 가사를 옮겼다.
우리는 비유를 사랑한다. 근사한 비유는 종종 논리를 앞지른다. 내 마음은 호수요, 하면 어려웠던 추상이 푸르고 고요한 구체가 되듯.
동시에 비유는 복잡하다. 여러 감각을 한꺼번에 깨우므로. 마음이 푸르면서도 어둡고 고요하면서도 찰랑이는 것처럼. 기억 속 이미지를 덧댈수록 의미가 마구 팽창하는 미스터리 박스.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O Mestre-Sala Dos Mares〉는 비유를 통해 여러 시대를 하나로 엮는다. 얼핏 위인 한 명에 대한 노래 같지만 앞으로는 전설, 뒤로는 현재가 덧붙어 있다. 비유로 불어난 말뜻을 헤아리기 위해 세 시대를 차례로 옮긴다.
- 도입부는 전설이 연다. “Guanabara 만에 바다의 용이 다시 나타났어. 역사가 잊지 않은 용맹한 마술사의 모습으로”. 가사는 이게 전부지만 덕분에 우리는 두 가지 예감을 품게 된다. 이어질 역사엔 전설적인 권위가 깃들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는 시간이 지나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것.
- 다음은 역사가 잇는다. 주인공은 1910년 채찍 반란의 지도자 João Cândido. 노예제는 사라져도 인종 차별은 여전하던 시절, 그는 열세 살부터 해군 선원으로 일했다. 군 생활 중 영국에서 잠시 일하다 자유의 풍경을 목격했고 이듬해 흑인 반란의 선봉에 섰다. 요구는 두 가지였다. 채찍으로 벌하지 말 것, 처우를 개선할 것. 군부는 요구를 받아들였고 채찍은 사라졌다.
- 그리고 1970년대. 당대는 마지막 한 줄로만 불쑥 나타난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승리를 기억하는 문장치고는 착잡하다. 뒤이을 역사의 쓴맛을 애써 삼키려는 듯이. Cândido의 여생은 험했다. 군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을 깼고 그와 동지들은 체포와 고문을 겪었다. 후에 참여한 정치 운동 AIB도 전쟁을 통과하며 시들어갔다. 그가 죽은 69년에도 브라질은 군부 독재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기어이 이런 노래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검열 때문에 몇 번이고 가사를 고치면서도, 영광의 시간들만 도려내 만든 삼바가 있다. 영웅의 이름을 Mestre-Sala*, 카니발의 일원으로 바꿔 부르면서. 영웅 한 명의 영광을 해적들, 물라토들, 인어들, “모든 불명예스러운 투쟁들”로 넓히면서.
* Mestre-Sala: 카니발 공연에서 여성 기수와 함께 춤추는 남성 댄서
이 비유의 심정을 모르지 않는다. 오지 않은 현실이 전설처럼 도래하기를. 고난이 반복되는 딱 그만큼 영웅의 승리도 반복되기를. 개인의 탁월함이 아닌 시대의 요청으로, 여러 명의 얼굴로 태어나기를. 그런 꿈만은 2024년의 한국에서도 낡지 않을 것이어서 가사를 옮겼다.
Há muito tempo, nas águas da Guanabara
O dragão do mar reapareceu
Na figura de um bravo feiticeiro
A quem a história não esqueceu
오래 전, Guanabara 바다에
바다의 용이 다시 나타났어
역사가 잊지 않은 용감한 마법사의 모습으로
Conhecido como o Navegante Negro
Tinha a dignidade de um mestre-sala
E ao acenar pelo mar, na alegria das regatas
Foi saudado no porto pelas mocinhas francesas
Jovens polacas e por batalhões de mulatas
흑인 항해사로 알려진
그는 Mestre-Sala의 위엄을 갖고 있었지
경주의 기쁨 속에서 바다를 향해 손을 흔들 때
항구의 프랑스 소녀들, 젊은 폴란드 여인들,
그리고 물라토 대대의 환대를 받았지
Rubras cascatas
Jorravam das costas dos santos entre cantos e chibatas
Inundando o coração do pessoal do porão
Que, a exemplo dos feiticeiros, gritava, então
붉은 폭포들이
노래와 채찍 사이 성자들의 등에서 쏟아졌어
지하에 있는 이들의 가슴을 물들이면서
그때, 마법사들을 본받아, 그가 소리쳤어
Glória aos piratas
Às mulatas, às sereias
Glória à farofa
À cachaça, às baleias
해적들에게 영광을
물라토들에게, 인어들에게
파로파**에게 영광을
까샤싸***에게, 고래들에게
** Farofa: 카사바 가루의 혼합물. 브라질 가정식에 주로 쓰인다.
*** Cachaça: 사탕수수로 만든 럼의 일종. 브라질에서 많이 마시는 칵테일 Caipirinha의 기주로 쓰인다.
Glória a todas as lutas inglórias
Que através da nossa história, não esquecemos jamais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은 모든 불명예스러운 투쟁들에 영광을
Salve o Navegante Negro
Que tem por monumento as pedras pisadas do cais
만세, 흑인 항해사여!
항구의 짓밟힌 돌들을 자신의 유물로 간직한
Mas faz muito tempo
긴 시간이 지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