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마술적 번역: Sérgio Mendes의 부고에 부쳐

2024년 9월 5일. Sérgio Mendes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다루는 첫 글이 추모가 될 줄은 몰랐다. 비감은 미뤄두고 빛나는 순간들에 대해 쓴다. 그의 음악은 슬픔에도 일말의 환희를 드리우는 쪽이었으므로.

브라질 음악을 한참 좇다 보면 문득 생경해진다. 나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가본 적 없는 나라의 음악을 이토록 연모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연원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지난날 좋아했던 노래들을 다시 만난다. 이를테면 한국의 옛 가요들, 제주춘천을 배경 삼은 모국어 보사 노바들. 이지 리스닝으로 스며든 나른한 BGM들. 한국과 일본의 라틴 하우스가 품었던 삼바의 편린들까지.

Sérgio Mendes & Brasil ’66.

그리고 Sérgio Mendes가 있었다. 브라질의 성취를 마술적인 팝으로 옮겨내던 큰 이름이 있었다.

그는 팝의 한복판에서 줄곧 브라질을 길어 올렸다. 6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자국의 명곡들에 스윙 재즈의 옷을 입혔다. Jobim부터 Jorge Ben Jor까지, 당대 브라질의 음악가들이 그를 거쳐 새로이 사랑받았다. 팝이 변하면 그도 변했다. Stevie Wonder와 함께일 때 그는 훵크와 소울이었고, will.i.am을 만나면 힙합이 되었다. 그는 좀처럼 낡는 법이 없었다.

Sérgio Mendes & the New Brasil ’77. Stevie Wonder가 작곡한 〈The Real Thing〉이 인기를 얻었다.

그는 환희의 번역가였다. 브라질을 팝으로 옮기든 그 반대이든, 그의 해석은 쉽고 경쾌했다. 원본의 멜로디를 훼손하지 않은 채 화성과 리듬을 다시 그렸고, 동시대의 그루브를 또렷이 새겨넣었다. 덕분에 우리는 브라질을 모르고도 브라질로 춤을 췄다. 브라질 바깥에서 브라질을 배운 이들은 저마다 얼마간 그에게 빚질 수밖에 없었다.

will.i.am이 참여한 2006년 《Timeless》 음반의 수록곡 〈Lamento〉. Jobim의 보사 노바를 Maogani Quartet과 함께 현대화했다.

그의 부고를 들은 날 처음 떠오른 노래는 〈Última Batucada〉였다. 마지막 바투카다*. 공연이 끝난 첫새벽에 생의 마지막을 예감하는 노래였다. 그러나 그를 애도하는 일이 비탄에 그칠 수는 없어서 대표곡 〈Mas Que Nada〉를 이어 들었다. 듣는 내내 가사와 같은 심정이었다. “이건 늙은 흑인의 삼바야”, “넌 원치 않을 거야 내가 끝에 이르는 걸”.

* Batucada: 여럿이 모여 다양한 타악기를 연주하는 브라질의 음악 장르.

1989년 《Arara》 음반의 수록곡 〈Keep This Heart〉. Djavan의 〈Açaí〉를 영어로 번안했다.

시대는 흐르고 사람은 떠나고 유산은 남는다. 건조한 사실이지만 그리움은 피할 길이 없다. 남은 이의 일은 울고 기억하고 간신히 춤을 추는 일. 몫을 나누기 위해 두 노래의 가사를 옮겼다.

Última Batucada

Ao chegar a madrugada
A batucada também chega ao fim
Trago a minha despedida,
Que essa vida se acabou pra mim
첫새벽이 오면
바투카다도 끝에 이르지
나는 나의 이별을 가져와
내게 이번 생은 끝이 났으니

Meu violão está cansado, esgotado
E eu também estou
Tenho lar e experiência
Consciência agora me chamou
내 기타는 지치고 탈진했어
그리고 나 역시 그래
내겐 집과 경력이 있어
이제 양심이 나를 불러

Última batucada
Vou agora descansar
No mundo não há nada
Que me afaste da vida do lar
마지막 바투카다
이제 나는 쉴 거야
세상 어디에도 없어
가정생활로부터 날 떼어낼 것은

Mas Que Nada

Oh, ariá-raiô
Obá-obá-obá
Oh, oh, oh, oh, oh, ariá-raiô
Obá-obá-obá*
오, 아리아-하이오
오바-오바-오바
오, 오, 오, 오, 오, 아리아-하이오
오바-오바-오바

* Obá: 아프리카 신앙에서 유래한 브라질 종교 Candomblé의 신(orixá) 중 하나. 전쟁과 물, 여성적 힘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Mas que nada*
Sai da minha frente
Que eu quero passar
Pois o samba está animado
O que eu quero é sambar
아니, 됐고
내 앞에서 비켜
난 지나가고 싶으니까
삼바는 활기차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삼바야

* 타인의 말을 시니컬하게 부정하며 개의치 않을 때 쓰는 표현.

Este samba que é misto de maracatu*
É samba de preto velho
Samba de preto tu
이 삼바는 마라카투의 혼합물이야
늙은/오래된 흑인의 삼바야
너, 흑인의 삼바

* Maracatu: 브라질 북동부 Pernambuco 주에서 유래한 음악 및 퍼레이드 형식. 아프리카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Mas que nada
Um samba como este é tão legal
Você não vai querer
Que eu chegue no final
아니, 됐고
이런 삼바는 너무 근사해
넌 원치 않을 거야
내가 끝에 이르는 걸

일본 이이야마시의 斑尾에서 열린 1989년 Newport Jazz Festival에서의 공연. 끝곡으로 〈Última Batucada〉를 부르고 앵콜로 〈Mas Que Nada〉를 이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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