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하는 식인주의: Gilberto Gil의 노래들

Gilberto Gil가 곧 한국을 찾는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틀림없이 근사하겠지만 이미 아쉽다. 60년도 더 된 이력이 60분 남짓에 온전히 담기진 못할 테니. 예정된 미련을 핑계로 글을 보탠다. 

Gilberto Gil와 Lula da Silva

Gilberto Gil의 내력을 헤아려본다. 문화 운동 Tropicália의 주역이자 Caetano Veloso의 동지. 정치적 망명과 예술적 저항, 녹색당 입당부터 룰라 정부의 문화부 장관까지. 한 사람의 몫을 한참은 넘는 생애였다. 브라질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울 만큼. 

그런 그가 나는 오래 낯설었다. 너무 대단한 삶이라 그랬을까. 그의 음악 세계가 좀처럼 손에 잡히질 않았다. 몇몇 노래와 음반을 좋아하게 되어도, 간드러진 가창과 유려한 멜로디에 설득이 되어도, 처음 듣는 노래를 만나면 다시 헷갈렸다. 한 적 없는 장르로 간 적 없는 길을 헤집는 그의 선택을 설명할 재간이 없었다. 

한참을 헤맨 지금은 어렴풋이 안다. 그가 온 힘을 다해 유목하고 있었음을. 그런 불연속성이 곧 그의 음악 세계였음을. 온갖 장르를 먹어 치우겠다는 음악적 식인주의(Canibalismo Musical)의 꿈을 그는 남달리 꾸고 있었다. Veloso가 여러 소리를 소화해 자기만의 전위를 세워왔다면, Gilberto는 매번 다른 전통을 찾아 자신의 자리를 새로 구했다. 다양성을 체화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기라도 한 듯이. 

그런 유목의 역사를 나누고 싶었다. 별다른 기준 없이 좋아하는 노래 셋을 골랐다. 어떤 걸 골라도 그는 치열하게 낯설 것이므로. 

Roda (1967)

67년의 〈Roda〉는 그의 고향 Bahia에 머문다. 단출한 기타와 플룻은 그가 동경한 João Gilberto를 닮았지만 곡은 삼바의 속도로 달려간다. 둥근 원을 만들어 춤추고 노래하는 Roda의 전통 아래, 가사로는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선다. Roda의 중심에서 자조를 나누다가도 죽음 같은 평등을 요구한다. 그에게 고향의 민속 예술은 근사한 형식인 동시에 민중의 정치였다. 

Bahia의 Roda 문화

Cérebro Eletrônico (1969)

69년의 〈Cérebro Eletrônico〉는 영국의 록을 향한다. 군사 정권에 의한 수감 중 곡을 썼고, 영국으로 추방되기 직전 녹음을 마쳤다. 그의 사이키델릭은 차라리 비명이었다. 억압을 비집고 돌출하는 소리의 쾌감으로 그는 인간성을 노래했다. 힘 있는 이들의 맹목을 ‘전자두뇌’에 비유하며 울고 생각하고 결단하는 존엄을 긍정했다. 그에게 먼 나라의 음악은 브라질의 시민과 자신을 위한 응원이기도 했다. 

Palco (1981)

81년의 〈Palco〉는 미국의 흑인 음악과 함께 한다. 당대의 소울이 그러했듯 그는 신시사이저의 음색을 실험하며 그루브에 아련한 정조를 더한다. 이제 노랫말은 저항 대신 무대의 환희를 그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적이다. 미국의 흑인 음악 위에 브라질의 타악을 섞고, 루안다와 태양신을 소환하며 흑인 문화의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투쟁이 아닌 유려한 팝으로, 그는 인종의 자부심을 세계적인 연대로 설득해 낸다. 

문화의 원형을 존중하며 최선의 급진을 끌어내는 일. Gilberto Gil의 유목은 늘 그런 어려운 길을 골라 왔다. 여태 닳지 않은 그의 태도가 한동안 더 곁에 있길 바라며 세 노래의 가사를 옮겼다. 

Roda

Gilberto Gil의 데뷔 음반 《Louvação》

Meu povo, preste atenção
Na roda que eu te fiz
Quero mostrar a quem vem
Aquilo que o povo diz
내 사람들, 주목해 줘 
내가 너희에게 만들어 준 Roda에 
여기 온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Posso falar, pois eu sei
Eu tiro os outros por mim
Quando almoço, não janto
E quando canto é assim
나는 말할 수 있어, 알고 있으니까 
나는 날 위해 다른 이들을 뽑아 
점심을 먹은 때엔 저녁을 먹지 않아 
그리고 노래할 때도 그래 

Agora vou divertir
Agora vou começar
Quero ver quem vai sair
Quero ver quem vai ficar
Não é obrigado a me ouvir
Quem não quiser escutar
이제 즐길 거야 
이제 시작할 거야 
누가 떠날지 보고 싶어 
누가 남을지 보고 싶어 
내 얘길 안 들어도 돼 
안 듣고 싶은 사람은 

Quem tem dinheiro no mundo
Quanto mais tem, quer ganhar 
E a gente que não tem nada 
Fica pior do que está 
이 세상 돈 있는 사람들은 
많이 가질수록 더 얻길 원해 
그리고 아무것도 못 가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빠져 

Seu moço, tenha vergonha
Acabe a descaração
Deixe o dinheiro do pobre
E roube outro ladrão
젊으신 분, 부끄러운 줄 알아 
그만 뻔뻔하게 굴어 
가난한 이의 돈은 내버려두고 
다른 도둑을 털어 

Agora vou divertir
Agora vou prosseguir
Quero ver quem vai ficar
Quero ver quem vai sair
Não é obrigado a escutar
Quem não quiser me ouvir
이제 즐길 거야
이제 계속할 거야 
누가 남을지 보고 싶어 
누가 떠날지 보고 싶어 
듣지 않아도 돼 
날 안 듣고 싶은 사람은 

Se morre o rico e o pobre
Enterre o rico e eu
Quero ver quem que separa
O pó do rico do meu
부자와 가난한 이가 죽으면 
부자와 나를 묻어줘 
누가 갈라놓을지 보고 싶어 
부자의 먼지와 내 것을 

Se lá embaixo há igualdade
Aqui em cima há de haver
Quem quer ser mais do que é
Um dia há de sofrer
저기 아래에 평등이 있다면 
여기 위에서도 가져야 해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이는 
언젠가 고통을 겪을 거야 

Seu moço, tenha cuidado
Com sua exploração
Se não lhe dou de presente
A sua cova no chão
젊으신 분, 조심해 
너의 착취를 
안 그러면 네게 선물로 줄 거야 
땅속 네 무덤을 

Quero ver quem vai dizer
Quero ver quem vai mentir
Quero ver quem vai negar
Aquilo que eu disse aqui
누가 말하는지 보고 싶어
누가 거짓말하는지 보고 싶어 
누가 부정하는지 보고 싶어 
내가 여기서 말한 것을

Agora vou divertir
Agora vou terminar
Quero ver quem vai sair
Quero ver quem vai ficar
Não é obrigado a me ouvir
Quem não quiser escutar
이제 즐길 거야 
이제 끝낼 거야 
누가 떠날지 보고 싶어 
누가 남을지 보고 싶어 
내 얘길 안 들어도 돼 
안 듣고 싶은 사람은 

Agora vou terminar
Agora vou discorrer
Quem sabe tudo e diz logo
Fica sem nada a dizer
이제 끝낼 거야 
이제 논할 거야 
전부 알고 곧바로 말하는 이는 
말할 게 남지 않았어 

Quero ver quem vai voltar
Quero ver quem vai fugir
Quero ver quem vai ficar
Quero ver quem vai trair
누가 돌아올지 보고 싶어 
누가 도망칠지 보고 싶어 
누가 남을지 보고 싶어 
누가 배신할지 보고 싶어 

Por isso eu fecho essa roda
A roda que eu te fiz
A roda que é do povo
Onde se diz o que diz
그래서 나는 이 Roda를 끝내  
내가 너희에게 만들어 준 Roda 
Roda는 인민의 것 
그들이 말하는 것을 말하는 곳 

Cérebro Eletrônico

영국 망명 중 발매된 1969년 《Gilberto Gil》

O cérebro eletrônico faz tudo
Faz quase tudo
Faz quase tudo
Mas ele é mudo
전자두뇌는 모든 걸 해 
거의 모든 걸 
거의 모든 걸 
그치만 그는 말이 없지 

O cérebro eletrônico comanda
Manda e desmanda
Ele é quem manda
Mas ele não anda
전자두뇌는 명령해 
명령하고 명령을 거둬
그는 명령하는 자야 
그치만 그는 걷지 않지 

Só eu posso pensar
Se Deus existe 
Só eu
Só eu posso chorar
Quando estou triste
Só eu
오직 나만이 생각할 수 있어 
신이 존재한다면 
오직 나만이 
오직 나만이 울 수 있어 
내가 슬플 때 
오직 나만이 

Eu cá com meus botões
De carne e osso
Eu falo e ouço 
Eu penso e posso 
나는 여기 살과 뼈로 만든 버튼들과 함께 
나는 말하고 들어 
나는 생각하고 행할 수 있어 

Eu posso decidir
Se vivo ou morro por que
Porque sou vivo
Vivo pra cachorro e sei 
나는 결정할 수 있어
왜 살거나 죽을지
나는 살아있으니까 
개처럼 열심히 살고, 나는 알아 

Que cérebro eletrônico nenhum me dá socorro 
No meu caminho inevitável para a morte
어떤 전자 두뇌도 날 구할 수 없다는 걸 
죽음을 향한 불가피한 나의 길에서 

Porque sou vivo 
Sou muito vivo e sei 
Que a morte é nosso impulso primitivo e sei 
나는 살아있으니까 
아주 활기차고, 나는 알아 
죽음은 우리의 원초적 충동이란 걸, 그리고 알아

Que cérebro eletrônico nenhum me dá socorro 
Com seus botões de ferro e seus 
Olhos de vidro 
어떤 전자두뇌도 날 구할 수 없다는 걸 
그의 철로 만든 버튼과 유리로 만든 눈으로는 

Palco

1981년 발매된 《Luar》

Subo nesse palco, minha alma cheira a talco
Como bumbum de bebê
(De bebê)
Minha aura clara, só quem é clarividente pode ver
(Pode ver)
무대에 오르고, 내 영혼은 베이비 파우더의 향을 풍겨 
아기 엉덩이 같은 
(아기의) 
나의 깨끗한 아우라, 오직 명석한 이만이 볼 수 있는 
(볼 수 있는) 

Trago a minha banda, só quem sabe onde é Luanda
Saberá lhe dar valor
(Dar valor)
Vale quanto pesa pra quem preza o louco bumbum do tambor
(Do tambor)
내 밴드를 데려와, Luanda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이만이 
그들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지
(진가를 알아보지) 
드럼의 미친 엉덩이를 존중하는 이에게는 그 무게의 가치가 있지 
(드럼의)

Fogo eterno pra afugentar
O inferno pra outro lugar
Fogo eterno pra consumir
O inferno, fora daqui
영원한 불
지옥을 다른 곳으로 쫓아내기 위한 
영원한 불 
지옥을, 여기 바깥에서 소멸시키기 위한

Venho para a festa, sei que muitos têm na testa
O Deus-Sol como um sinal
(Um sinal)
Eu, como devoto, trago um cesto de alegrias de quintal
(De quintal)
파티에 오고, 많은 이들이 이마에 
태양신의 표식을 가진 걸 알아 
(표식을)
나는, 헌신하는 이로서, 뒤뜰 기쁨의 바구니를 가져와 
(뒤뜰의)

Há também um cântaro, quem manda é deusa-música
Pedindo pra deixar
(Pra deixar)
Derramar o bálsamo, fazer o canto, cantar o cantar
(Lá-lá-iá)
큰 항아리도 있어, 명령한 이는 음악의 여신이야
허락하기를 요청하며
(허락하기를) 
향유(香油)를 붓고, 노래하고, 노래를 노래하고
(라-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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