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a Morelenbaum이 새 음반을 냈다. 나는 그를 그의 부모 Morelenbaum 부부로 먼저 알았다.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동료들과 만난 프로젝트 그룹 Bala Desejo였다. 가족의 날실과 우정의 씨실이 기운 새 시대의 브라질. 그런 근사한 현재를 나누고 싶었다.
가족의 닮음
어릴 적 어른들은 늘 닮음을 말했다. 넌 아빠 코를 닮았구나. 입술은 꼭 엄마네, 엄마. 사춘기 무렵부턴 그게 싫었다. 닮음의 틈바구니에서 다름을 찾는 일이 나를 찾는 일이었다. 그때 음악이 있었다. 가족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노래들, 희소한 취향 몇 장으로 오롯이 고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러다 닿은 브라질은 온통 가족이었다. Caetano Veloso와 Maria Bethânia가 남매라거나, Veloso와 Gilberto Gil가 한때 동서지간이었다거나, Elis Regina의 2번째 남편이 César Camargo Mariano였다거나 하는 가정사가 이어졌다. 따로따로 점이었던 이름들이 알수록 자꾸만 선으로 이어졌다.
씨실을 가르는 날실은 더 많았다. 거장의 이름 아래엔 가업을 잇는 후손이 뒤따랐다.
- João Gilberto에겐 딸 Bebel Gilberto가.
- Tom Jobim에겐 딸 Maria Luiza Jobim이.
- Dorival Caymmi에겐 Nana, Dori, Danilo 남매가.
- Luiz Gonzaga에겐 아들 Gonzaguinha가.
위와 아래 모두를 사랑했으므로 인정해야 했다. 내가 찾던 브라질은 거대한 가족이었음을. 혈연과 혼인으로, 존경과 사랑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별자리였음을.
Dora Morelenbaum도 그렇게 처음 알았다. Jobim의 마지막 음반을 함께 녹음한 첼리스트 Jacques Morelenbaum, 류이치 사카모토가 ‘하늘이 내린 목소리’라 극찬한 보컬 Paula Morelenbaum의 딸이라고 했다. 21년의 〈Japão〉를 좋아했다. 꿈결 같은 목소리에 클래시컬한 정조, 부모의 친구 사카모토를 짧게 인용한 순간들이 반가웠다.
다시, 다르게
그러나 가족이 어디 닮기만 할까.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Dora는 친구들을 만나며 고유해졌다. COVID-19 격리 시기, Rio의 한 아파트에 음악 하는 친구들이 모였다. 작업실을 꾸리고 함께 살았다. 밴드의 이름은 Bala Desejo*. 시작은 인스타그램 라이브였지만 끝엔 정규 음반, 그래미상 수상, 월드 투어가 이어졌다. 예외적인 시대, 유별한 우정이 만든 성취였다.
* Bala는 총알 또는 사탕을, Desejo는 욕망을 뜻한다.
이들은 오래된 브라질을 다시, 다르게 불렀다. 대표곡은 〈Baile de Máscaras〉. ‘가면무도회’란 제목 뒤엔 Recarnaval이란 부제가 덧붙었다. 다시(Re) 쓰는 카니발. 그저 과거를 복각하는 데 그치지 않겠단 포부로 읽혔다.
닮았지만 달랐다. 행진하는 춤곡이었지만 동세는 은근했다. 기타, 타악기, 관현악을 모두 들였지만 소리를 부풀리기보단 적재적소 콜라주하듯 배치했다. 제창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힘주지 않고 속삭였다. 영화적인 긴장감이 감도는, 돌진하지 않는 카니발이었다.
가사도 달라졌다. 찬미하고 그리워하던 옛 마음은 남기되 욕망 앞에 솔직해졌다. 노래는 축제의 끝을 아쉬워하다가도 너를 보고 먹고 핥겠다고 말한다. 그런 성적 긴장을 다루면서도 포르투갈어의 성별 이분법에 맞서 중성 형용사 loki*를 새겨넣는다. 관능과 정치성이 위태롭게 손잡는다.
* 포르투갈어는 형용사의 성별을 구분한다. 남성 형용사는 -o, 여성 형용사는 -a로 주로 끝맺는다. 이를 대신해 중성 형용사 -i를 쓰려는 시도가 있다.
밴드는 활동을 멈췄지만 우정은 Dora의 음반으로 이어졌다. 첫 싱글 〈Caco〉에서 Dora는 여전히 닮고 또 다른 브라질을 그린다. 질주하는 삼바에는 은연한 그루브를. 이별의 상실감엔 온갖 불운에 빗댄 투정을. 과거의 브라질이 춤추는 시를 썼다면 Dora와 동료들은 몸짓하는 일기를 쓴다. 물려받은 유산을 제 몸에 맞게 다려 입는다.
시대의 다음
두 노래를 들으며 가족의 닮음을 생각했다. 둘 둘 짝지어보면 다들 닮았지만 한데 모아 정의하려니 마땅치 않은 가족 유사성(familienähnlichkeit). 세대를 거쳐 닮음 안에 다름을 자꾸 새겨 넣는, 그렇게 시대를 다음으로 밀어내는 불가해한 생동.
그런 시대들이 잠시 함께한다. 〈Baile De Mascaras〉의 관현안 편곡엔 Dora의 아버지 Jacques가 참여했다. 《Pique》에 깊이 참여한 Tom Veloso는 아버지 Caetano의 동지 Gilberto Gil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그렇게 아래로 흐르고 위로 솟는다. 고여있는 대신 끝 모를 아름다움을 발명해 간다.
이 아름다움은 얼마나 더 계속될 수 있을까. 가족의 내력을 존중하고 갱신하는 일이 쉬울 리 없는데. 사랑하다가도 미워지고 지겹다가도 그리워지는 가족의 격랑에서, 아름다움을 좇아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Baile de Máscaras (Recarnaval)
Era de dia de folia
E a gente não se via
Era dia de maldade
E a gente na saudade
축제의 날이었어
그리고 우린 서로를 보지 못했지
나쁜 짓을 하려는 날이었어
그리고 우린 그리워했지
Sol queimando o chão da rua
Tão vestida quanto nua
길바닥을 불태우는 태양
벌거벗은 듯이 입은
No outro no ano a gente não demora
내년엔 늦지 않을래
Balas, brilhos e bandeiras
Subindo essa ladeira
Caixas, bumbos e trompetes
E as chuvas de confetes
사탕(총알)들, 빛, 그리고 깃발들
이 언덕을 오르는
스네어, 북, 그리고 트럼펫들
그리고 색종이의 비
Noutro carnaval
Multidões pela cidade
Num desbunde geral
다음 카니발엔
도시의 군중들
보편적인 혼란에 빠진
Eu, você, nós três
No calor dessa vontade
Quero mais uma vez
나, 너, 우리 셋
이 욕망의 열기로
한 번 더 원해
Pra te ver, me ler, me ser, me ver
Comer lamber, lamber você
Que pena não poder
Te ver, te ver
Baile de máscaras
너를 보고, 너를 읽고, 내가 되고, 나를 보기 위해
너를 먹고, 핥고, 핥기 위해
할 수 없어 얼마나 아쉬운지
너를 보는 것, 너를 보는 것
가면무도회
Ver, me ler, me ser, me ver, comer
Lamber, lamber você
‘To loki pra te ver
Te ver, te ver
Baile de máscaras
보고, 너를 읽고, 내가 되고, 나를 보고, 먹고
핥고, 너를 핥고
널 보고 싶어 미치겠어
가면무도회
Recarnavalizá
다시 카니발화해
Caco
Até a sola do sapato descola
신발 밑창까지 떨어지네
Arremeter
E não pousar
Nunca é bom de viver
Mas ainda assim
Não é pior
Do que acordar sozinho sem você
착륙복행*
그리고 착륙하지 않는 것
결코 살기 좋은 건 아니지
그치만 아직 그것보다 나쁜 건 아냐
당신 없이 혼자 일어나는 것보단
*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상승하여 비행하는 상황(Go Around).
Andar a pé
E se cortar
Num vidro pelo chão
Até que dói
Mas dói no pé
E o pé fica bem longe do coração
걸어다니다
바닥의 유리에 발을 베이는 것
아프긴 해
그치만 아픈 건 발이고
발은 심장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지
Que não se cansa
De bater
Mesmo sem motivo
Porque de longe
Ja se vê
Que eu nunca terei chance com você
지치지도 않고
뛰는 [심장]
아무 이유도 없이
왜냐면 멀리서도
이미 보이는 걸
내겐 결코 당신과 함께할 기회가 없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