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가을, 상 파울루의 음악 경연. 낯선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연주는 나긋한 보사 노바로 시작했지만 이내 행진곡으로 부풀어 올랐다. 꼭 놀이공원 속 퍼레이드 같은 노래였다. 상승하는 음들이 천장에 닿을 즈음엔 청중들도 함께 노래하고 춤을 췄다.
공연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졌고 남자의 이름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미 오래된 장르였던 삼바로 청춘의 얼굴이 되었다. Chico Buarque의 시작이었다.
가사는 ‘A Banda’, 한 악단이 행진하는 광경을 그린다. 악단은 지치고 슬픈 이들의 앞을 지나간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춘다. 웃고 떠들고 젊음과 사랑을 떠올린다. 장미가 피고 달이 떠오른다.
그러나 악단은 계속해서 지나가고 노래는 점점 멀어진다. 장미가 시든다. 사람들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제 몫의 고통을 다시 마주한다.
두 갈래의 해석이 있었다. 하나, 음악은 잠깐의 기쁨이지만 그저 그뿐이라는 것. 둘, 음악은 독재 정권의 포퓰리즘, 가짜 행복을 은유한다는 것. 음악은 위안이거나 위선이었고 어느 쪽을 골라도 끝맛은 썼다. 악단은 언젠가 떠나고 사람들은 다시 슬프고 말 테니까.
Chico의 속내는 어느 쪽이었을까. 글에는 답이 없으니 그의 생애를 들춘다. 환희를 노래하는 일이 시대에 눈감는 비겁이던 때에, 그는 삼바를 저항의 수단으로 삼았다. 찰나의 감흥을 의심하되 차마 버리지도 않았다. 관객을 춤추게 해놓고선 정색을 하고 노래했다. 달뜬 마음에 서늘한 기운을 새기면서. 삼바의 허무를 허무로서 응시하면서.
〈A Banda〉 속 마을 사람들과 66년 가을의 관객들을 상상해 본다. 노래가 끝난 뒤의 그들은 정말 그 전과 같기만 했을까. 가끔은 그날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누군가와 함께 듣지 않았을까. 짧고 헛된 시간이 그렇게 여러 명의 여러 번으로 스미지 않았을까. 짧은 위안이 오랜 위로가 되고, 위선을 읽는 일이 세계를 되짚는 일이 되지는 않았을까.
미약한 것을 향한 옹호는 늘 억지스럽다. 반복과 우연으로만 간신히 말해진다. 그래서 옮겼다. 50년도 더 된 노래가 몇 번은 더 반복되길 바라면서.
Estava à toa na vida
O meu amor me chamou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내 인생은 계획 없이 흘러가고 있었지
애인이 나를 불렀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라고
A minha gente sofrida
Despediu-se da dor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괴로워 하는 내 사람들은
고통과 작별했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기 위해
O homem sério que contava dinheiro parou
O faroleiro que contava vantagem parou
A namorada que contava as estrelas
Parou para ver, ouvir e dar passagem
돈을 세던 진지한 남자가 멈췄어
자랑하던 수다쟁이가 멈췄어
별을 세던 여자 친구가
멈췄어, 보고 듣고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A moça triste que vivia calada sorriu
A rosa triste que vivia fechada se abriu
E a meninada toda se assanhou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침묵하며 지내던 슬픈 소녀가 웃었어
피지 않았던 슬픈 장미가 피어났어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흥분했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기 위해
Estava à toa na vida
O meu amor me chamou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내 인생은 계획 없이 흘러가고 있었지
애인이 나를 불렀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라고
A minha gente sofrida
Despediu-se da dor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괴로워 하는 내 사람들은
고통과 작별했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기 위해
O velho fraco se esqueceu do cansaço e pensou
Que ainda era moço pra sair no terraço e dançou
A moça feia debruçou na janela
Pensando que a banda tocava pra ela
병약한 노인은 피곤함을 잊고 생각했어
아직 테라스에 나갈 만큼 젊다고, 그러곤 춤을 췄어
못생긴 소녀는 창가에 기댔어
악단이 그녀를 위해 연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A marcha alegre se espalhou na avenida e insistiu
A Lua cheia que vivia escondida surgiu
Minha cidade toda se enfeitou
Pra ver 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기쁜 행진은 거리로 흩어져 계속됐어
숨어 있던 보름달이 나타났어
나의 도시는 화려하게 치장했어
사랑을 노래하며 지나가는 악단을 보기 위해
Mas para meu desencanto
O que era doce acabou
Tudo tomou seu lugar
Depois que a banda passou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달콤한 것은 끝났어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갔어
악단이 지나간 후에
E cada qual no seu canto
Em cada canto uma dor
Depois d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Depois da banda passar
Cantando coisas de amor
각자는 각자의 모퉁이에
각자의 모퉁이에는 고통이
사랑을 노래하는 악단이 지나간 후에
사랑을 노래하는 악단이 지나간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