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글로 옮기려면

음악을 글로 옮길 때의 원칙을 생각해본 적 있다.

  • 음악 자체에 대해서 쓴다. 비유를 가능한 줄이고 물리적인 수준에서 소리를 논한다.
  • 음악이 재현하는 메시지에 대해 쓴다.
  • 음악이 만든 효과에 대해 쓴다. 작품 바깥의 세계에서 작품이 수행하는 바를 따진다.
  • 언급한 셋의 연관을 규명한다.

내가 지킬 목록은 아니었다. 우연히 약간의 지면을 얻었을 뿐이지 스스로 평론가가 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나름의 겸손이었는데 따져 보니 비겁한 태도다. 직함은 자기가 규정하기 전에 조건으로 결정된다. 약간의 지면을 얻었다면 그 약간만큼은 나 역시 평론가의 책임에 복무해야 했다. 음악을 배운 적 없다거나 하는 사적인 핑계는 덮어두고 글과 글이 낳을 효과에 책임져야 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음악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은 건축에 관해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글은 딱 그만큼 무용하다. 저 말을 인용한 니콜라스 쿡은 저 문장 바로 뒤에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제나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글은 딱 그만큼 불가피하다.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인용: 니콜라스 쿡, 장호연 역, 『음악이란 무엇인가』, 동문선,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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