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점층법: Preta Gil를 기리며

2025년 7월 20일, 브라질의 디바 Preta Gil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0세. 암 투병이 길었다지만 이별은 늘 갑작스럽다. 그가 부른 해방의 불길을 옮겨 심는 마음으로, 좋아했던 노래들을 옮긴다.

Preta Gil의 장례식에서 입을 맞추는 Gilberto Gil.

1974년 8월, Rio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특이한 이름을 선물 받는다. Preta. 검은색 혹은 흑인을 뜻하는 여성 명사였다. 등록 사무소도 거부했던 이름을 끝내 고집한 아이의 아빠는 그 유명한 Gilberto Gil. 게다가 이모부는 Caetano Veloso, 대모는 Gal Costa였다.

트로피칼리아Tropicália의 주역들이 그득한 가족의 틈바구니에서 Preta는 숙명 같은 삶을 살아냈다. 음악인으로서, 또 소수자의 편으로서.

방송 진행자이자 배우이기까지 했던 그의 입체적인 생애를 나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대단한 가족의 후광, 흑인 여성 범성애자로서의 곡절 또한 그저 어림해 볼 따름이다. 그러나 분명히 아는 것도 있다. 그는 결코 주어진 삶에 짓눌리지 않았다는 것. 외려 대담한 긍정과 유머로 위축된 주변을 환히 비춰왔다는 것.

2003년 데뷔 음반 《Prét-A-Porter》.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살이 찐 몸을 긍정하는 누드를 내걸었다.

삼바의 영향이 전과 같을 수 없을 시대에, Preta는 삼바의 뜻을 당대의 가요로 넓혔다. 소리를 갱신하는 동시에 노랫말이 품을 대상도 늘려갔다. 그런 이유로 좋아하게 된 노래 둘을 골랐다.

Decote (feat. Pabllo Vittar)

2017년, Preta는 드랙 퀸 Pabllo Vittar과 노래를 냈다. 제목은 〈Decote〉, 가슴 부위가 깊게 파인 옷을 뜻했다. 두 사람은 제목처럼 대담한 복장으로 노래한다. 오늘 난 삼바를 추러 갈 거라고, 난 더 강해졌으니 내 옷차림엔 신경 끄라고. 이들은 좀처럼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마르지 않은 Preta의 몸과 드랙 퀸 Pabllo의 몸이 과시적인 언어로 빛난다.

몸을 긍정하자는 메시지는 얼핏 뻔하게 들리지만, 여기선 장르적 맥락이 힘을 보탠다. 노래는 삼바와 Funk Carioca*를 켜켜이 포갠다. 삼바 퍼커션 위에 신스를 얹거나, Funk 드럼 패턴 위로 Cavaquinho**를 흩날리거나. 덕분에 브라질 흑인 음악의 20세기와 21세기가 만난다. 삼바의 고양감이 성 정체성의 영토까지 빛낸다.

* Funk Carioca: 브라질의 빈민가(Favela)에서 탄생한 음악 장르. 초기엔 Funk 장르를 트는 파티로 시작됐으나, 이후 자극적인 전자 드럼에 브라질 토착 리듬을 녹여낸 형태로 발전했다.
** Cavaquinho: 삼바, 쇼루 등 브라질 음악을 대표하는 4줄의 발현악기. 기타와 닮았지만 더 작고, 높은음의 스트로크로 리듬 파트의 역할을 겸한다.

Penta

〈Penta〉는 보다 직접적으로 카니발을 다룬다. 사촌인 Moreno Veloso가 곡을 썼고, 느릿한 Frevo* 리듬에 전자 기타를 더해 Bahia 카니발**의 전통을 이었다. 팝의 문법으로 말끔히 다듬었으나 화성과 멜로디는 틀림없는 브라질이었다.

* Frevo: 브라질 Pernambucu 지역에서 유래한 행진곡. 빠른 BPM과 브라스 편곡이 특징이다.
** Trio Elétrico: 카니발 퍼레이드를 이끄는 공연 차량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Bahia 지역의 퍼레이드와 그 음악 스타일을 가리킨다.

Preta는 팝 스타였지만 카니발 시즌이 되면 자신의 퍼레이드 팀, Bloco*를 이끌었다. 이름은 Bloco do Prazer기쁨의 구역. 이들은 정통 삼바보단 팝의 비중을 높여 문턱을 낮췄고, 그렇게 모인 모두의 정체성을 포용하려 애썼다.

* Bloco: 카니발의 메인 경연에 참여하는 팀이 삼바 학교(Escola de Samba)라면, Bloco는 경기장 외곽을 메우는 비공식 퍼레이드 팀에 해당한다.

〈Penta〉 역시 그런 선언으로 태어났다. 양성애자임을 고백한 친구 Ana Carolina에게 ‘네가 Bi(2)-sexual이면 나는 Penta(5)*야’ 라고 말한 농담을 3분 남짓의 노래로 부풀렸다. 놀고 싶다면 이리로 와, 우리와 함께 배우고 존중하고 사랑하자. 카니발이 유토피아의 꿈이라면 Preta의 노래는 그 꿈을 나누는 초대장이었다. 더 많은 우리를 만들기 위한 분투였다.

* Bi, Penta: 각각 숫자 2, 5를 가리키는 접두어.


계급과 인종에서 여성과 성소수자로. 어쩌면 난민과 장애인, 선주민과 환경의 문제까지. 깃발에 청구되는 명세표는 점점 길어지는데 유토피아의 예감은 갈수록 멀어진다. 이런 시대에 시민에게 허락된 무기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Preta는 유머와 직설의 힘을 믿었다. 해방의 꿈을 점층법으로 쌓았다. 그가 한 장 한 장 쌓은 벽돌을 쓸고 닦는 마음으로 노랫말을 옮겼다.


Decote (파인 옷)

[Preta Gil]
Hoje eu vou pro samba
Que o meu corpo quer sambar
Minha alma pede samba
Eu cansei de te falar
오늘 난 삼바를 추러 갈 거야
내 몸은 삼바를 원하니까
내 영혼이 삼바를 요구해
네게 말하는 것도 이미 지쳤어*

* 이미 여러 번 말했음을 뜻하는 표현.

[Pabllo Vittar]
Sou movida pela dança
Que me faz querer cantar
Você roubou o meu samba
Ponha-se no seu lugar!
나는 춤으로 인해 살아가
날 노래하고 싶게 하는
당신은 내 삼바를 훔쳤어
네 자리나 잘 지켜*

* 너나 잘 해, 분수를 알아, 와 유사한 의미.

[Preta Gil & Pabllo Vittar]
Eu falei
Que eu era mais forte
Agora boa sorte
E me libertei
Não se importe com o meu decote
Eu bem que te falei
Que eu era mais forte
Agora boa sorte
E me libertei
Agora é minha vez
내가 말했지
나는 더 강해졌다고
이제 행운을 빌어
그리고 [난] 자유로워졌어
내 파인 옷에 신경 꺼
내가 분명히 너한테 말했지
나는 더 강해졌다고
이제 행운을 빌어
그리고 [난] 자유로워졌어
이젠 내 차례야

[Preta Gil & Pabllo Vittar]
Você duvidava
Que eu era capaz
Estou aqui
Consegui até mais
Agora não vem correr atrás
Você não me satisfaz
당신은 의심했지
내가 할 수 있을지
난 여기 있어
심지어 더 많은 걸 이뤘어
이제 내 뒤를 쫓지 마
당신은 날 만족시킬 수 없어


Penta (다섯의)

Você não sabe, não, então venha aprender
Se não chegar mais perto, nunca vai saber
Não faz assim, olha pra mim que eu já notei
Você disfarça, mas quer vir brincar que eu sei
당신은 몰라, 전혀, 그러니 와서 배워
더 가까이 오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어
그러지 마, 날 봐, 난 이미 알아챘으니
당신은 아닌 척하지만, 와서 놀고 싶잖아, 난 다 알아

Pra quem já me conhece, eu sou perfeita
Eu sou penta, eu sou preta
Não vou mudar
Vê se você aprende e me respeita
Eu sou penta, eu sou preta
Só quero amar
날 이미 아는 이들에게, 난 완벽한 존재야
나는 penta야, 난 preta야
난 변하지 않아
당신도 좀 배우고 날 존중해 봐
난 penta야, 난 preta야
그저 사랑하고 싶을 뿐이야

Na rua, quando sai
O nosso som não tem igual
E todo mundo vai
Pular com a gente o carnaval
길에서,
우리의 소리가 새어나올 때, 이만한 게 또 없지
그리고 모두는
우리와 함께 카니발을 즐길 거야

É só me dar a mão e se soltar, meu bem
Vem que esse bloco tem chupeta e tem neném
O mundo todo vem aqui, não leve a mal
Somos a turma mais feliz do carnaval
그저 내게 손을 내밀고 맘껏 풀어지는 거야, 나의 사랑
이 Bloco로 와, 여기엔 쪽쪽이도 있고 아기도 있어
온 세상이 여기로 오고 있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우린 카니발에서 가장 행복한 무리야

Comigo não, meu bem
Preste atenção, vou lhe ensinar
Eu beijo quem quiser
E também queira me beijar
나한텐 안 돼, 내 사랑
집중해, 내가 널 가르칠 거야
난 내가 원하고
또 나와 키스하고 싶은 이에게 키스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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