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은 사각형

같은 밤이 찾아와 색이 걷혔다. 검은 사막.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생을 잠깐 떠올렸다. 듣거나 쓰지 않을 수 있는 삶은 아마 행복할 거라고 했었다. 서정 따위를 길어올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아도 좋은 일주일을 갖고 싶었다. 초록으로 흔들리는 것들을 지우고 단단한 고동색을 지워 가시로 피어나는 모양을 가늠했다. 

얕게 잔다. 멀어지는 꿈속에서 조립한 것들이 조각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미지근한 결말 속에서 미련이 매끈하게 지워졌다. 외롭다는 낱말을 새로 배웠다. 그건 잊기 전에 꿈을 말할 사람이 없을 때를 뜻했다. 또 외롭다고 발음해도 옆에 남아줄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때를 뜻했다. 

모래 위로 외롭지 않은 사각형을 그린다. 생활의 냄새가 하루를 밀어가는 사각형을. 발밑에선 지하철이 뱀처럼 기어 다니고 바람결엔 주파수의 냄새가 담긴 도시의 밤도 그 안에선 얕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걸 보여줘도 패배하지 않고 금요일 저녁에도 다리가 떨리지 않고 연기하지 않아도 버려지지 않고 아무도 아프지 않은 그런 날들이 저물고 다시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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