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번째 사후 음반이다. 음반이 공개되기 전에 관계자에 의해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최종 음반에서 빠졌던 <Xscape>를 CD로 들을 수 있다. 좋은 음악을 시시하게 만드는 건 낮은 음질이거나 불필요한 기대다. 많은 말이 불필요하다.
2.
예의를 다해 불필요를 보태자면 시대라는 문제와 마주친다. 음반에 실린 여덟 곡의 레퍼런스는 모두 마이클 잭슨이되 저마다 다른 시대의 마이클 잭슨이다. 덕후라면 단박에 알아들을 것인데, 마이클 잭슨의 정규 음반들은 늘 새로운 소리의 골격을 세웠다. 그것이 곧 팝의 역사를 구획하는 일이었다. 모타운에서 시작해 알앤비와 록, 뉴 잭 스윙, 전자음악으로까지 이어지는 팝 역사의 계보를 한 장 음반에 조화롭게 묶어둘 묘안은 없다. 그러니 시대라는 문제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Invincible》에 실릴 뻔했던 <Xscape>의 편곡 버전은 스트링과 브라스를 풍성하게 덧입혀 마치 《Off The Wall》 시기를 연상시킨다. 유려해졌지만 탈출하라는 선언을 신경질적인 소리로 담아냈던 원곡의 긴장은 사라졌다. 나쁘지만은 않은 게, 한편 이 무신경이 불가능한 순간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A Place Without No Name>은 《Invincible》 시기에 만들어진 곡에 <Leave Me Alone>(《Bad》 수록곡)의 멜로디를 얹었다. 사후 음반이 아니었다면 영원히 들리지 못했을 음악이다.
3.
기존의 데모를 보다 유지하는 방식으로 존중을 보일 수 있었다. 일종의 데모 모음집에 그쳤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이 이 음악들을 다시 고쳐 세상에 내보낼 생각이었다면 절대로 그대로 발매했을 리는 없다. 그러니 애도하는 이들은 더듬더듬 죽은 이의 의도를 떠올리는 수밖에. 실패할 추리를 하느니 사후 음반만이 할 수 있는 시도를 하는 게 낫다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음반은 하나의 답을 골라 밀고 나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알지 못한다.
4.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Love Never Felt So Good〉에 담겨있다. 영상 역시 그러하다. 같은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것이 있다. 그걸 담아낸 한에서 성공적인 음반이다.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Michael Jackson, 《Xscape (Deluxe Edition)》,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