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2인분의 삼바에 쓴 일이 있다. 독창이거나 제창인 삼바의 전통 아래에서 화음으로 포개지는 두 사람의 삼바라니 얼마나 유별한가요, 하면서.
이제는 안다. 삼바의 말뜻은 브라질 음악 전반에 얼마간의 농도로 녹아있고, 그렇게 삼바의 곁가지를 살피자면 2인분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많았다고.
특히 편애하는 두 곡을 골랐다. 가면 쓴 이들의 밤 〈Noite Dos Mascarados〉, 3월의 물 〈Águas de Março〉.
Noite Dos Mascarados
가면 쓴 이들의 밤
66년의 Chico Buarque가 썼다. 음악극 준비 중 검열로 금지된 한 곡을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Chico는 이 노래를 Jane Moraes와 함께 불렀고, 이듬해 Nara Leão은 Gilberto Gil와 함께 불렀다.
나는 이 노래를 Chico와 Nara의 공연으로 기억한다. 소리도 화면도 엉망으로 열화된 짧은 영상으로. 화면 속 두 사람은 몸을 바짝 붙인 채 서로를 자꾸만 훔쳐본다. 사랑이 싹트는 찰나, 미지의 상대를 알아내려는 눈빛들이 오간다. 가면무도회 속 짧은 열애를 그리는 노랫말처럼.
Quem é você? 누구신가요, 묻는 첫 소절이 노래 전체를 정의한다. 계단을 내려오듯 한 칸씩 음계를 내려 딛으며, 가면 쓴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내려는 대화를 이어간다. 둘은 나이도 형편도 취미도 닮은 게 하나 없고 그마저도 진실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내려 딛던 음계는 상승하는 화음으로 팽창하고 카니발의 밤은 사랑의 거짓말로 자꾸만 부풀어 오른다. 짧은 밤의 스케치는 그렇게 끝 모른 채로 끝맺는다.

3분이 채 안 되는 찰나의 사랑 이야기. 아침이면 잊힐 마음이지만 덧없지 않다. 생의 잡다를 잊고 돌진하는 순수야말로 삼바의 이념이자 꿈이니까. ‘그 끝은 몰라도 돼.’ 우리는 그런 말을 듣기 위해 노래를 구하니까.
Águas de Março
3월의 물
72년의 Tom Jobim이 썼다. 줄곧 아름다움을 노래한 그조차 정치적 박해를 겪던 시절이었다. 보사 노바는 흘러간 유행 취급을 받았고 그의 몸은 음주로 쇠약해졌다. 삶의 안팎이 죽음을 가리킬 때, 그는 애써 자연의 아름다움을 건져 올리고 있었다.
숱하게 불린 노래지만 Jobim과 Elis Regina의 듀엣 영상을 골랐다. 여기엔 친애로 반짝이는 눈빛들이 있다. 존경과 장난을 오가다 음악의 극치에 이르는 Elis의 눈빛. 반짝이는 어린 재능을 읽는 Jobim의 눈빛. 젊음은 시들고 시절은 새 젊음을 틔우는데, 그렇게 반짝 스쳐 갈 눈빛들이 이토록 다정할 수 있다니.
가사의 심경은 좀 더 복잡하다. 3월의 물이라고 하면 봄비 같지만 남반구의 3월이므로 이 물은 가을비다. 가사는 비 온 뒤의 가을 풍경을 그저 나열한다. 이건 나무 막대, 저건 돌, 이건 두꺼비, 저건 개구리, …. 여름은 끝났고 그는 조금 외롭다. 계절은 무심히 순환하고 우물에 비친 얼굴도 어쩐지 미워 보인다. 이런 날엔 대체 어떤 표정일 수 있을까. Jobim의 노래는 이 질문에 맞서는 최선의 낙관처럼 들린다.

그땐 그도 몰랐을 테다. 2년 뒤, Elis의 제안으로 협업하며 이토록 함박웃음을 짓게 되리란 걸. 그로부터 8년 뒤, 다음 세대 같던 Elis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리란 걸. 순서도 모르는 생멸의 덧없음에도 이 노래만은 영원하리란 것을. 그런 영원이 먼 나라 이름 모를 영혼을 구하기도 하리란 것을.
찰나의 열애와 다정한 친애. 그 눈빛을 닮고 싶어 노랫말을 옮겼다.
Noites dos Mascarados
Quem é você?
당신은 누구신가요?
Adivinha, se gosta de mim!
맞춰봐요, 날 좋아한다면!
Hoje os dois mascarados
Procuram os seus namorados
Perguntando assim:
오늘 가면을 쓴 두 사람이
서로의 연인을 찾고 있네
이렇게 물으면서:
Quem é você, diga logo…
당신은 누구신가요, 바로 말해줘요…
Que eu quero saber o seu jogo…
당신의 게임을 알고 싶으니까…
Que eu quero morrer no seu bloco…
당신의 구역*에서 죽고 싶으니까…
* bloco는 카니발 시기 군중과 함께 하는 거리의 악단을 뜻하기도 한다.
Que eu quero me arder no seu fogo.
당신의 불에 타오르고 싶으니까.
Eu sou seresteiro,
Poeta e cantor.
나는 세레나데를 부르는 사람,
시인이자 가수에요.
O meu tempo inteiro
Só zombo do amor.
내 모든 시간은
오직 사랑만을 갖고 놀아요.
Eu tenho um pandeiro.
내겐 빤데이루*가 있어요.
* Samba 음악에 주로 쓰이는 브라질의 탬버린.
Só quero um violão.
난 기타만을 원해요.
Eu nado em dinheiro.
나는 돈으로 헤엄을 쳐요.
Não tenho um tostão.
내겐 한 푼도 없어요.
Fui porta-estandarte,
Não sei mais dançar.
나는 카니발의 기수*였어요,
더는 춤추는 법을 몰라요.
* Porta-estandarte(Porta-bandeira)는 카니발에서 삼바 스쿨(escola de samba)의 깃발을 드는 사람을 뜻한다.
Eu, modéstia à parte,
Nasci pra sambar.
나는, 겸손을 제쳐두자면,
삼바를 위해 태어났어요.
Eu sou tão menina…
난 무척이나 소녀예요…
Meu tempo passou…
내 시간은 지나갔어요…
Eu sou Colombina!
난 콜롬비나*에요!
* 피에로의 연인. 피에로, 콜롬비나, 아를레키노의 삼각관계는 이탈리아의 가면극 Commedia dell’Arte의 소재 중 하나로, 브라질의 카니발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Eu sou Pierrô!
나는 피에로에요!
Mas é Carnaval!
Não me diga mais quem é você!
Amanhã tudo volta ao normal.
Deixa a festa acabar,
Deixa o barco correr.
하지만 지금은 카니발이에요!
당신이 누구인지 더는 내게 말하지 말아요.
내일이면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가요.
파티가 끝나도록 내버려둬요,
배가 흘러가게 내버려둬요.
Deixa o dia raiar, que hoje eu sou
Da maneira que você me quer.
O que você pedir eu lhe dou,
Seja você quem for,
Seja o que Deus quiser!
Seja você quem for,
Seja o que Deus quiser!
해가 뜨게 내버려 둬요, 왜냐면 오늘 나는
당신이 내게 원하는 대로일 테니까
당신이 바라는 걸 나는 당신에게 드려요,
당신이 누구든,
신의 뜻대로 되기를!
당신이 누구든,
신의 뜻대로 되기를!
Águas de Março
É pau, é pedra, é o fim do caminho
É um resto de toco, é um pouco sozinho
É um caco de vidro, é a vida, é o Sol
É a noite, é a morte, é o laço, é o anzol
나무 막대야, 돌이야, 길의 끝이야
그루터기야, 조금 외로워
유리 조각이야, 삶이야, 태양이야
밤이야, 죽음이야, 올가미야, 덫이야
É peroba do campo, é o nó da madeira
Caingá, candeia, é o Matita Pereira
É madeira de vento, tombo da ribanceira
É o mistério profundo, é o queira ou não queira
들판의 뻬로바 나무야, 나무의 옹이야
까잉가 나무야, 램프야, Matita Pereira*야
바람의 나무야, 절벽에서의 추락
깊은 미스테리야,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야
* 새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브라질 설화 속 영혼. Matinta Pereira, Matita Perê, Saci 등 유사한 설화와 혼합되거나 동일시되기도 한다.
É o vento ventando, é o fim da ladeira
É a viga, é o vão, festa da cumeeira
É a chuva chovendo, é conversa ribeira
Das águas de março, é o fim da canseira
불어오는 바람이야, 오르막의 끝이야
대들보야, 틈새야, 지붕 꼭대기의 파티*야
내리는 비야, 강변의 대화야
3월의 물들이야, 피로의 끝이야
* 집을 다 지을 무렵 여는 파티를 뜻한다.
É o pé, é o chão, é a marcha estradeira
Passarinho na mão, pedra de atiradeira
É uma ave no céu, é uma ave no chão
É um regato, é uma fonte, é um pedaço de pão
발이야, 땅이야, 나그네의 행진이야
손에는 작은 새, 새총의 돌
하늘의 새야, 땅의 새야
개울이야, 분수야, 빵 조각이야
É o fundo do poço, é o fim do caminho
No rosto, o desgosto, é um pouco sozinho
É um estrepe, é um prego, é uma ponta, é um ponto
É um pingo pingando, é uma conta, é um conto
우물의 바닥*이야, 길의 끝이야
얼굴에는, 혐오감, 조금 외로워
마름쇠야, 못이야, 끄트머리야, 끝점이야
떨어지는 물방울이야, 청구서야, 옛이야기야
* ‘망했다’는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É um peixe, é um gesto, é uma prata brilhando
É a luz da manhã, é o tijolo chegando
É a lenha, é o dia, é o fim da picada
É a garrafa de cana, o estilhaço na estrada
물고기야, 몸짓이야, 빛나는 은이야
아침의 빛이야, 다가오는 벽돌이야
장작이야, 낮이야, 막다른 좁은 길*이야
사탕수수 병이야, 길 위의 파편이야
* ‘말도 안 돼’ 라는 뜻으로 쓰이는 표현이다.
É o projeto da casa, é o corpo na cama
É o carro enguiçado, é a lama, é a lama
É um passo, é uma ponte, é um sapo, é uma rã
É um resto de mato, na luz da manhã
집의 설계도야, 침대 위의 몸이야
고장난 차야, 진창이야, 진창이야
한 걸음이야, 다리야, 두꺼비야, 개구리야
수풀의 잔재야, 아침 햇살 아래의
São as águas de março fechando o verão
É a promessa de vida no teu coração
여름을 닫는 3월의 물들이야
네 마음속 삶의 약속이야
É uma cobra, é um pau, é João, é José
É um espinho na mão, é um corte no pé
뱀이야, 나무 막대야, João이야, José야
손의 가시야, 발의 상처야
São as águas de março fechando o verão
É a promessa de vida no teu coração
여름을 닫는 3월의 물들이야
네 마음속 삶의 약속이야
É pau, é pedra, é o fim do caminho
É um resto de toco, é um pouco sozinho
É um passo, é uma ponte, é um sapo, é uma rã
É um belo horizonte, é uma febre terçã
나무 막대야, 돌이야, 길의 끝이야
그루터기야, 조금 외로워
한 걸음이야, 다리야, 두꺼비야, 개구리야
Belo Horizonte*야, 화요일의 열기야
* Minas Gerais 주의 주도. 직역하면 ‘아름다운 지평선’을 뜻한다.
São as águas de março fechando o verão
É a promessa de vida no teu coração
여름을 닫는 3월의 물들이야
네 마음속 삶의 약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