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맴

장필순의 맴맴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다 생각나서 몰린도 듣고 좀 웃긴도 좀 듣고 나는 달이랑 27도 끼워들었다. 어색한 계보의 플레이리스트를 몇 바퀴 돌고 나면 외롭지 않게 잔다. 보여주지 않고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나는과 너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줄이고 싶어서 자꾸 주어를 지운다. 글을 쓰는 나는 항상 선량하고 옳아서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된다. 침낭을 덮어쓰면 혼자가 되고 그러면 […]

이제 소중한 게 뭐였는지 헷갈리는 무의미한 우주

사월부턴 음반들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2일엔 선우정아 2집이 나오고 하루 뒤엔 권순관 솔로가, 거기서 닷새를 더 가면 가을방학이 나오는 식으로. 못해도 스무 장은 들었으니 새 음반 하나만 기다리며 대충 사흘 정도를 버티는 생활을 해온 셈이다. 많이 들은 만큼 많이 행복했다면 더 좋았겠다. 이름값 못한 음반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의 끝보다도 멀어 보이던 시이나 링고 싱글이랑 […]

침묵의 미래,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소설의 연대기를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 사멸하는 언어의 박물관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낱말카드를 만지작거린다. 몇 살의 문체를 갖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투명한 어린아이의 목소리, 핏줄이 툭툭 튀어나오는 성대, 말라가는 여자의 하얀 뼈, 배운 티가 나는 서른 즈음의 필체. 고르고 고르다 내 글은 어느것도 아니라고, 색도 냄새도 없다고 착각할 때쯤 내 나이의 내 글을 쓸 수 있을 […]

戀書 1

겨울밤은 때를 조금씩 늦춰가며, 갑자기 찾아들었다. 작은 나라의 밤이 주는 풍경은 꼬리 쪽에서도, 척추와 목덜미쯤에서도 대체로 평등했다. 고개를 들면 검은 바다 위로 소금 같은 것들이 출렁였다. 별자리를 알고 싶어졌다. 나는 달의 무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읽어낼 줄 모른다. 사자와 황소와 전갈이 넘실대는 것까지 못 보는 건 좀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잇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