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書 3 2013년 10월 18일2020년 7월 26일 게시됨:편지 공기의 결을 따라 하늘 위 검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것들이 있다. 공들여 건축한 우주선, 수신인을 모르는 시그널, 우리가 되는 꿈을 꾸는 실의 끝, 셋 다인 것들이 있다. 인칭을 지우다 독백이 되었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 독백이 되었다. 저주하는 무속인의 웅얼거림이었고 회개한 자의 습한 손이었으며 차라리 가난한 사내의 구걸이었던 문장들이 묵묵히 비워지다 사라진다. 어떤 일도 풀거나 끊지 […]
戀書 2 2013년 10월 6일2020년 7월 26일 게시됨:편지 사소한 불가능들에 내기를 걸어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겨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속된 말들을 지겹게 덧댄 후에는 우습지 않은 말들을 만날 것이다. 가을바람에 다 날아가고 남은 것들을 겨울에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믿는다는 말의 뜻을 옮겨서라도 믿고 싶은 마음을 믿음이라고 적는다. 나을 수 없는 징후를 견디는 나무의 형상을 생각하고 외로운 공기의 밤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나의 그림자를 생각한다. […]
타임 머신 2013년 8월 30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어젠 텐트 말고 강당에서 잠을 잤다. 오래 켜뒀을 강당의 백열등이 채 꺼지지 못하고 잔열로 느물거리고 있었다. 머리 위로 회백색 막대들이 파도처럼 뒤틀렸다. 그게 예뻐서 눈을 감지 않고 강백수의 타임머신을 들었다. 말을 밀어붙이는 노래들을 가만가만 듣다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잤다. 노랫말에 나를 집어넣기 시작하면 온갖 셀프 연민들이 쏟아진다, 로 시작하는 미운 생각 몇 뭉텅이를 올리려다 […]
맴맴 2013년 8월 22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장필순의 맴맴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다 생각나서 몰린도 듣고 좀 웃긴도 좀 듣고 나는 달이랑 27도 끼워들었다. 어색한 계보의 플레이리스트를 몇 바퀴 돌고 나면 외롭지 않게 잔다. 보여주지 않고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 나는과 너는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줄이고 싶어서 자꾸 주어를 지운다. 글을 쓰는 나는 항상 선량하고 옳아서 거짓말을 하는 기분이 된다. 침낭을 덮어쓰면 혼자가 되고 그러면 […]
이제 소중한 게 뭐였는지 헷갈리는 무의미한 우주 2013년 6월 6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일기 사월부턴 음반들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2일엔 선우정아 2집이 나오고 하루 뒤엔 권순관 솔로가, 거기서 닷새를 더 가면 가을방학이 나오는 식으로. 못해도 스무 장은 들었으니 새 음반 하나만 기다리며 대충 사흘 정도를 버티는 생활을 해온 셈이다. 많이 들은 만큼 많이 행복했다면 더 좋았겠다. 이름값 못한 음반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의 끝보다도 멀어 보이던 시이나 링고 싱글이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