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은 사각형 2013년 11월 24일2020년 8월 31일 게시됨:일기 같은 밤이 찾아와 색이 걷혔다. 검은 사막.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생을 잠깐 떠올렸다. 듣거나 쓰지 않을 수 있는 삶은 아마 행복할 거라고 했었다. 서정 따위를 길어올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아도 좋은 일주일을 갖고 싶었다. 초록으로 흔들리는 것들을 지우고 단단한 고동색을 지워 가시로 피어나는 모양을 가늠했다. 얕게 잔다. 멀어지는 꿈속에서 조립한 것들이 조각으로 […]
정돈된 생애 2013년 11월 24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일기 대학에 와서 배운 탁월한 사람 분류법 중엔 개 타입/고양이 타입과 god 타입/신화 타입이 있다. 이를테면 네놈은 개와 god를 좋아하는 물러터진 놈이겠구나 하고 단언하는 식이다. 저마다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윤리라지만 인간이 또 그렇게 특별나기는 어려워서 몇몇 기호의 조합으로 대충 번역 가능하리라 믿어버린 분류법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이 곱하기 이의 경우의 수, 혹은 이차원의 좌표평면에 집어넣고 […]
戀書 3 2013년 10월 18일2020년 7월 26일 게시됨:편지 공기의 결을 따라 하늘 위 검은 곳으로 솟아오르는 것들이 있다. 공들여 건축한 우주선, 수신인을 모르는 시그널, 우리가 되는 꿈을 꾸는 실의 끝, 셋 다인 것들이 있다. 인칭을 지우다 독백이 되었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다 독백이 되었다. 저주하는 무속인의 웅얼거림이었고 회개한 자의 습한 손이었으며 차라리 가난한 사내의 구걸이었던 문장들이 묵묵히 비워지다 사라진다. 어떤 일도 풀거나 끊지 […]
戀書 2 2013년 10월 6일2020년 7월 26일 게시됨:편지 사소한 불가능들에 내기를 걸어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겨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속된 말들을 지겹게 덧댄 후에는 우습지 않은 말들을 만날 것이다. 가을바람에 다 날아가고 남은 것들을 겨울에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믿는다는 말의 뜻을 옮겨서라도 믿고 싶은 마음을 믿음이라고 적는다. 나을 수 없는 징후를 견디는 나무의 형상을 생각하고 외로운 공기의 밤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나의 그림자를 생각한다. […]
타임 머신 2013년 8월 30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어젠 텐트 말고 강당에서 잠을 잤다. 오래 켜뒀을 강당의 백열등이 채 꺼지지 못하고 잔열로 느물거리고 있었다. 머리 위로 회백색 막대들이 파도처럼 뒤틀렸다. 그게 예뻐서 눈을 감지 않고 강백수의 타임머신을 들었다. 말을 밀어붙이는 노래들을 가만가만 듣다 눈을 질끈 감고 잠을 잤다. 노랫말에 나를 집어넣기 시작하면 온갖 셀프 연민들이 쏟아진다, 로 시작하는 미운 생각 몇 뭉텅이를 올리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