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마는 노래들: 윤종신

오래 미뤄온 글을 이제야 쓴다. 하필 윤종신의 새 노래 제목이 내 필명과 같다는 사소한 이유와 하필 그게 아주 근사하다는 각별한 이유로. 오래 들어온 노래들, 좋은 노래라는 판단에 앞서 도리 없이 좋아하고 마는 노래들을 두고 쓴 글이다. 그러니 비평이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밖에. 내 삶의 궤적에 얹혀있어 차마 버릴 수 없는 노래들, 그 노래들과 떨어질 수 […]

색 이후의 빛

눈뜨고 코베인의 가사는 말을 더 보태지 않을 때 뜻으로 더 충만하다. 하지만 그 충만함이 내게 글쓰기를 강요한다. 별 수 없이 조금만 쓴다. 색을 지우고 숨고 싶다는 반복적인 소망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한다. 숨어야 하는 사회와 숨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튀면 안 되는 사회는 낯설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고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가지만 혹여나 움직이면 […]

늙지 않을 빛을 곁에 두기: 대학과 실천과 꿈에 대한 단상

1. 일상 겹쳐지지 않는 일상이 둘 있다. 그것이 일상인 한 이해해야 하므로 글을 쓴다. 2년 전이다. 입대하기 딱 7일 전에 활동하던 자치언론의 폐간호를 발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입대 전엔 잡지 말고 다른 일에 매진해야 했다. 이를테면 애인을 붙들어 맬 구애를 해야 했고 한동안은 못할 죽음에 가까운 음주들을 해야 했다. 2년 전의 내겐 좋은 글이 더 중요했다. […]

여느 21개월

여느 21개월이 지났다. 아마도 잊을 시간이다. 다행한 중에 다만 접어둘 기억들이 있어 기록을 남긴다. 1. 돌이켜보면 논산 훈련소를 견딜 수 있었던 건 적어도 군대만 끔찍한 건 아니라는 질 나쁜 확신이었다. 초소 너머 자유의 땅에도 억압들은 적당한 가면을 쓰고 자리하리란 생각이 있었다. 밤새 눈이 쌓여 천장이 코에 닿는 텐트에서 나올 때, 젖은 흙바닥과 손이 함께 얼어갈 […]

여름 동물

지난주의 일이다.  영등포에서 새벽 열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후로 하루 넘게 샤워를 하지 않았었다. 끈적이는 날씨에 씻지 않는다는 건 꽤 큰 의지를 요구하는 나태다. 마땅히 해야 할 모든 의무에 어깃장을 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유치한 우울은 보통 사랑받지 못한다는 문제에서 비롯한다. 더 나은 애정이 필요했다. 구체적인 불만의 목록을 작성하지도 못하면서. 움직이기 싫었다. 그러나 종일 웅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