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가능한 솔직함, 무례하지 않은 민낯 2014년 7월 13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일기 제 삶을 뻔하지 않은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 좋은 글이겠다. 전형적인 것을 무너뜨리는 납득 가능한 솔직함. 내겐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집,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이 그러했고 최근엔 이효리 씨의 블로그 글이 그랬다.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다. 일상적 만남을 유려하게 흐르도록 해주는 거짓들이 있고 진실을 고백하게 하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 무례하지 않을 만큼의 민낯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경험. […]
인상들이 움직인다. 패배한다. 2014년 7월 1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토와 테이의 <Apple>을 들었다. 지난여름의 일이다. 몇 년 동안 나온 토와 테이 음반들은 만듦새만큼 듣는 게 재밌지 않았는데 이번 게 좋아서 쭉 다시 들어보니 이전 곡들도 괜찮다. 이 노래가 유독 잘 빠져선지 피쳐링이 시이나 링고라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니 사실은 알 것도 같지만 아무튼. 이것저것 다 좋아하게 되었다. 통통대는 소리들이 더는 심심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
미결인 채로 미움인 노래를 2014년 6월 23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미운 사람이 많다. 싫은 것과는 좀 다른 기분인데, 따지자면 윤리적 판단의 함량이 더 적은 미적 판단이다. 대신 애증, 연민, 질투 따위의 건강하지 않은 마음이 섞여 있어서 덜 명료하고 더 사적이다. 이런 미운 사람들이 싫은 사람만큼이나 도처에 있으니 문제다. 예컨대 일베 유저는 싫고 깨어있는 시민들은 밉다. 콘돔 안 쓰는 게 자랑인 놈들이 싫다면 성 구매자들은 밉다. […]
에릭의 노래와 오늘 아침 광주 2014년 5월 31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광주, 하고 소리 내어 읽으면 그건 그저 Gwangju, 하는 소리에 그치는 게 아니듯 내게 광주는 서울이나 대전처럼 지명 중 하나로 그칠 수 없다. 내게 광주는 어떻게든 정치적인 공간이다. 광주에 관해 처음 읽은 책이 군대에서 몰래 읽었던 『오월의 사회과학』이었고 단 한 번 갔던 광주 여행의 유일한 방문지는 망월동 묘역이었다. 망월동의 신묘역에서 잘 짜인 서사에 눈물 짓다 […]
삼각형의 세계, 혹은 새하얀 다림질의 냄새 2014년 5월 31일2020년 8월 4일 게시됨:노래 아무것도 쓸어내지 않는 바람이 분다. 작고 낮게. 모서리가 삼각형으로 구겨진 한 장 한 장이 사뿐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달라붙지 않는 단어들의 고요. 하늘과 바다 사이에, 선이 없는 하늘색의 삼차원에 갈색 연기가 발목부터 새어든다. * 음반을 산 건 그 때가 두 번째였다. 취향은 사춘기에나 얼핏 생겼으니 그보다 어릴 땐 둘이나 되는 누나들을 따라하기 바빴다. 작은 누나가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