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의 노래와 오늘 아침 광주

광주, 하고 소리 내어 읽으면 그건 그저 Gwangju, 하는 소리에 그치는 게 아니듯 내게 광주는 서울이나 대전처럼 지명 중 하나로 그칠 수 없다. 내게 광주는 어떻게든 정치적인 공간이다. 광주에 관해 처음 읽은 책이 군대에서 몰래 읽었던 『오월의 사회과학』이었고 단 한 번 갔던 광주 여행의 유일한 방문지는 망월동 묘역이었다. 망월동의 신묘역에서 잘 짜인 서사에 눈물 짓다 […]

삼각형의 세계, 혹은 새하얀 다림질의 냄새

아무것도 쓸어내지 않는 바람이 분다. 작고 낮게. 모서리가 삼각형으로 구겨진 한 장 한 장이 사뿐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달라붙지 않는 단어들의 고요. 하늘과 바다 사이에, 선이 없는 하늘색의 삼차원에 갈색 연기가 발목부터 새어든다. * 음반을 산 건 그 때가 두 번째였다. 취향은 사춘기에나 얼핏 생겼으니 그보다 어릴 땐 둘이나 되는 누나들을 따라하기 바빴다. 작은 누나가 큰 […]

Michael Jackson, Xscape

1. 두 번째 사후 음반이다. 음반이 공개되기 전에 관계자에 의해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최종 음반에서 빠졌던 <Xscape>를 CD로 들을 수 있다. 좋은 음악을 시시하게 만드는 건 낮은 음질이거나 불필요한 기대다. 많은 말이 불필요하다. 2. 예의를 다해 불필요를 보태자면 시대라는 문제와 마주친다. 음반에 실린 여덟 곡의 레퍼런스는 모두 마이클 잭슨이되 저마다 다른 시대의 마이클 잭슨이다. 덕후라면 단박에 알아들을 […]

공공연한 비밀과 맞은편의 약속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적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날이 있다. 온갖 냄새가 섞여드는 열차에서 비속어가 아닌 모든 무력한 윤리들을 생각한다. 한 시기가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이래도 좋은 것일까. 세계는 이대로 아름답다는 공공연한 비밀과 불행하여 믿기지 않는 맞은편의 약속 중에서 나는 대체로 비슷한 걸 골라왔다. 그러므로 새해에도. 침묵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축복과 무사한 밤을 너에게.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