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의 결론들

한 학기 동안 여러 글을 썼다. 학부생 나부랭이가 마감에 쫓겨 종이와 데이터 패킷과 기타 등등을 낭비해 출력한 활자 뭉치를 글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그렇다. 이런 것들이 남았다.  늙지 않을 빛을 곁에 두기: 대학과 실천과 꿈에 대한 단상 학문적 솔직함과 공공성의 곤경 나는 무엇을 할까: 고백과 오해와 불만 이후 이론의 쓸모 니체 철학의 위치와 효과: 경계 위에서 […]

아이를 갖는다는 것

1.  태어난 지 백일이 좀 덜 된 조카를 보러 두어 번 진해의 큰누나 집을 들렀다. 아기가 잠든 밤에 자형과 술을 마신 날이 있었다. 자형은 술을 잘 못 마시는 탓에 얼굴을 금방 붉히면서도 그럴듯한 안주를 내려고 애썼다. 그래 이제 처남은 무얼 할 생각인가, 따위의 먹고살 계획을 물어왔다. 갓 복학해 아직은 잘 모르겠단 핑계로 물음을 되돌려주었다. 자형은 […]

좋아하고 마는 노래들: 윤종신

오래 미뤄온 글을 이제야 쓴다. 하필 윤종신의 새 노래 제목이 내 필명과 같다는 사소한 이유와 하필 그게 아주 근사하다는 각별한 이유로. 오래 들어온 노래들, 좋은 노래라는 판단에 앞서 도리 없이 좋아하고 마는 노래들을 두고 쓴 글이다. 그러니 비평이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밖에. 내 삶의 궤적에 얹혀있어 차마 버릴 수 없는 노래들, 그 노래들과 떨어질 수 […]

색 이후의 빛

눈뜨고 코베인의 가사는 말을 더 보태지 않을 때 뜻으로 더 충만하다. 하지만 그 충만함이 내게 글쓰기를 강요한다. 별 수 없이 조금만 쓴다. 색을 지우고 숨고 싶다는 반복적인 소망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한다. 숨어야 하는 사회와 숨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튀면 안 되는 사회는 낯설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고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가지만 혹여나 움직이면 […]

늙지 않을 빛을 곁에 두기: 대학과 실천과 꿈에 대한 단상

1. 일상 겹쳐지지 않는 일상이 둘 있다. 그것이 일상인 한 이해해야 하므로 글을 쓴다. 2년 전이다. 입대하기 딱 7일 전에 활동하던 자치언론의 폐간호를 발간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입대 전엔 잡지 말고 다른 일에 매진해야 했다. 이를테면 애인을 붙들어 맬 구애를 해야 했고 한동안은 못할 죽음에 가까운 음주들을 해야 했다. 2년 전의 내겐 좋은 글이 더 중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