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2016 사람을 좀 잃었고 또 얼마간 얻었다. 만날 수 있더라도 잃었고 만난 적 있더라도 얻었다. 머릿수를 셈해 작년과 올해를 저울질할 수는 없다. 그러니 사람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겼다고 말해볼 참이다. 질 줄 알았으므로 비긴 것만으로도 이겼다. 노래에 달라붙은 정념에 무감해지는 것만으로도 이겼다. 2017 그러나 나의 세계는 정체했다. 나에게는 각론이 필요했다. 선언 다음에 올 작지만 확실히 쓸모있는 […]

N의 거짓말

모처럼 고향이었다. 부산의 부모님은 여덟 시 뉴스보다 먼저 하루를 마치셨다. 스마트폰 불빛으로 그들을 방해하다 잠을 청했다. 반듯한 사각형 천장을 보며 그간의 거짓말을 떠올렸다. 서울의 내 방들은 사각인 적 없었다. 도형의 귀퉁이는 화장실과 싱크대와 신발장을 이유로 뜯긴 채였다. 창문에선 밤새 빛과 소리와 냄새가 쏟아졌다. 새벽의 남색 사각형은 그렇게 무너졌다. 외로움은 헝클어진 모서리, 찌그러진 N개의 각을 타고 […]

이항관계

어릴 땐 손을 가만히 못 뒀다. 텔레비전 아래 서랍장 문이 뜯길 때까지 여닫았다. 엄마는 엉겨 붙는 손가락을 자주 떼어냈다. 치대지 말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그때 들었다. 거리 두는 법을 몰랐다. 손 뻗은 전부가 내 세계였고 우주엔 내 마음 하나만 있었다. 손 안 닿는 곳곳에도 마음들이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은 책으로만 배웠다. 실감하게 된 건 손에 잠깐 닿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