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쓰고 싶어졌다.

가능한 덜어내는 글쓰기를 배워왔다. 단어와 조사와 문장부호를 빼고 또 빼서 남은 글만이 필연적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쓰려고 애썼다. 오래 애썼더니 이제는 그렇게 쓰지 않는 게 더 낯설다. 그렇지 않은 글을 더 쓰기로 다짐했다. 다르게 쓰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사족을 붙여서라도 잘 읽히는 친절한 글을 원하기 때문이다. 세 문장을 한 문장에 압축한 글 말고 한 문장을 세 문장으로 […]

세월호라는 전쟁: 사실, 해석, 감상

1. 사실 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열렸다. 18일에 열린 범국민대회에서 시민들은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려 했고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건조한 사실로서 기술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일 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어서 그간 쌓인 사실은 무수할 것이지만 그 중 이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사실은 고작 이 정도다. 남은 것은 해석이다. 사실을 […]

세월호 일 년, 죄책감의 다음

죄책감이 추동하는 삶은 건강하지 않다고 여긴다. 과거에 붙들린 삶과 희생을 강요받는 삶을 갖게 될까 두렵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복잡한 심경에도 얼마간 저런 시선이 섞여 있었음을 고백한다. 군대에서 접한 참사여서 온전히 공감할 때를 놓쳤고 가쁘게 활동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초라한 나를 더 숨겼다. 얕은 생각이었다. 진정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다면 죄책감을 탓하거나 그 연원을 따져 물어선 안 […]

반항은 세트메뉴로, 반 발짝 너머로: 가인, 《Hawwah》

1. 사적인 형편 말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던지고자 하는 말이 이토록 분명한 기획을 받았다면 어떤 말이든 되돌려 던질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떠밀리듯 글을 쓰기로 했고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좋아하면서도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는 기분이 있어 말을 더듬었다. 그 기분을 정확히 포착하는 일에는 끝내 실패하겠지만 더 늦기 전에 되는대로 옮겨 적는다. 이번에도 가인은 딱 하나의 […]

시간이 모자란다. 그런데 그대는 도대체 왜 쓰는가?

1. 시간이 모자란다. 주말은 추웠다. 난방 돌리는 것도 잊고 드라마만 보다가 감기에 걸렸다. 소문대로 《펀치》는 재밌었다. 빠른 판단으로 전선을 바꿔 그리면서 싸우는 인물들을 보면 기분 좋은 울렁거림을 느꼈다. 가난한 가족과 당위 사이에서 갈등할 때 나는 기껏 에버노트 앱을 켜는데 드라마에선 일생을 건 도박을 벌였다. 한 편이 끝나면 불 꺼진 자취방은 환기가 덜 된 공기처럼 한심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