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당위, 두 개의 역, 두 개의 과제

1. 두 개의 당위 두 개의 당위가 있다. 우선 쓸모 있는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런 핑계로 학문적인 뻥을 쳐선 안 된다. 둘 다 지키기는 물론 어렵다. 하필 손에 쥔 게 철학과 음악이어서 한 걸음만 잘못 딛어도 무용한 뻥이 된다. 더 절실하고 잘하는 하나만 해도 성공이다. 학생의 미덕은 뻔뻔함이어서, 이번 학기엔 신시사이저에 관한 논문으로 뭉게뭉게 […]

이항관계

어릴 땐 손을 가만히 못 뒀다. 텔레비전 아래 서랍장 문이 뜯길 때까지 여닫았다. 엄마는 엉겨 붙는 손가락을 자주 떼어냈다. 치대지 말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그때 들었다. 거리 두는 법을 몰랐다. 손 뻗은 전부가 내 세계였고 우주엔 내 마음 하나만 있었다. 손 안 닿는 곳곳에도 마음들이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은 책으로만 배웠다. 실감하게 된 건 손에 잠깐 닿은 […]

Meu amigo Radamés

시월이었다. 둘만 있던 카페에서 이 곡만 끝없이 반복된 날이 있었다. 조빔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곡이라고 했다. 같은 테마를 반복하는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더니 언제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저녁이었다. 그 영원 속에 갇히고 싶었다. 그런 욕심이 생기자 모든 게 끝나리란 예감이 뒤를 따랐다. 어렸을 때는 가족과 노래방을 가는 게 무서웠다. […]

2015

얻는 대신 버리기만 했던 해였다. 사랑과 혁명처럼 거창한 어휘는 가진 적도 없는데도 그랬다. 몇 년 치의 마음들을 여태 버리는 중이다. 지난해엔 이렇게 썼다. 시시한 인간에 불과한 나의 말과 행동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없음을 알 때, 일단 뭐든 읽고 쓰면서 살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갖춘다면 더 그럴듯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절망적인 삶 앞에서, […]

2015 연말결산 어머 이건 꼭 들어야 해: 국내편

웨이브의 필진이 된 지 반 년이 되어간다. 장재인, FKA Twigs, 자이언티, 아이유에 관해 썼고 이승열, 파라솔, 나팔꽃, 오타키, 영기획에 관해 짧게 썼다. 웨이브의 2015 연말결산을 위해 국내·외 음반과 싱글을 꼽았다. 역사에 남길 명작보단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골랐다. 지면에 쓰지 못한 감상을 짧게나마 더한다. 국내 음반 1. 공중도덕, 《공중도덕》, 파운데이션레코드. weiv의 연말결산에 한 문단을 썼다. [공중도덕]을 처음 들었던 밤의 설렘을 기억한다. 변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