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하라 노리유키, 《宜候》의 첫 곡을 듣는 첫 마음

마키하라 노리유키(槇原敬之)의 신보 《宜候》, 그중에서도 첫 곡 〈introduction ~東京の蕾~〉를 들은 첫 마음을 씁니다. 음반은 10월 25일 공개됐고, 주문한 음반이 한국에 도착한 건 꼭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더 듣고 더 알고 나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처음 써보는 마음은 우선 이렇습니다. 1. 에어팟 프로와 공감각 에어팟 프로를 2년째 쓰고 있다. 음질보단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했다. 오직 음악만 듣고 싶었다. 옆집의 […]

레드벨벳, 〈Queendom〉을 들은 첫 마음: 넓게 또 좁게, 위로 또 아래로

레드벨벳의 〈Queendom〉을 들은 첫 마음을 씁니다. 노래는 21년 8월 16일에 나왔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더 듣고 더 알고 나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처음 써보는 마음은 우선 이렇습니다. 1. 넓게 또 좁게 멜로디가 빛나는 곡인데 이상하게 공간부터 들렸다. 뿌연 앰비언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첫 3초부터였을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공간 놀이를 시작할 거라고. 내 손 꼭 잡고 […]

첫 마음을 쓰자

1. 근황 듣고 쓰는 게 무서웠다. 좋은 글을 바랄수록 더 그랬다. 단단한 논증과 단정한 말씨로 눌러 쓴, 힘껏 다정한 문장들을 갖고 싶었다. 의미를 벼려 좋아하는 리듬과 온도에 닿고 싶었다. 그러려면 기력이 필요했다. 몸을 덥히고 숨을 고를 여유가 필요했다. 처음엔 그럴 시간이 없었고 나중엔 그럴 자신이 없어졌다. 느낌은 단어를 밟고 피어나는 것이기도 해서, 쓰지 않으니 사랑하는 […]

비행기가 이륙하면

1. 비행기가 이륙하면 죽음을 생각한다. 이번 추석엔 비행기로 고향을 오갔으니 이미 두 번. 엄마는 과로와 운동 부족과 가족의 내력으로 높아진 내 혈압을 수시로 쟀다. 혈압에 좋다는 자주색 양파즙을 먹이기도 했다. 덕분에 세 번, 네 번, 다섯 번. 명절은 어쩌면 식탁 풍경. 흰쌀밥 위에 가시 바른 갈치살이 얹혔다. 이젠 애도 아닌데. 포슬한 부채감이 끈적하게 입 안을 […]

2019/2020

결산 없이 서른을 맞았다. 3월의 절반이 지났다. 생의 결산은 여태 어려워 노래만 늘어놓는다. 사랑 대신 사람으로 들었다. 사람이 너무 어렵고 귀하고 우리는 그걸 자주 까먹는다. 사람이 구원이고 또한 저주일 때, 나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귀를 가질 수 있다면. 어릴 땐 슬프거나 아프면 울었는데. 요샌 존엄한 인간을 보면 운다. 선하면서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정세랑, 2016)들. 《동백꽃 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