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 그리웠던가

가끔 꿈에서 아빠를 만난다. 지금은 요양병원에 있는, 기억도 시간도 천천히 잊어가는 사람을. 그리 사랑했던가. 아니면 아버지란 낱말을 대단히 섬긴 적이 있었던가. 둘 다 아니었으나 꿈은 꾼다. 일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빈 막걸리 병을 숨기던 사람. 금요일이 되면 기숙사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감자를 한 솥씩 삶아내던 사람. 나는 그를 닮았다. 나는 낮술을 좋아한다. 그의 18번인 나훈아를 듣고 […]

레드벨벳, 〈Feel My Rhythm〉을 듣는 첫 마음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을 들은 첫 마음을 씁니다. 노래는 22년 3월 21일 나왔고, 듣자마자 쓴 초고에 살을 붙였습니다. 더 듣고 더 알고 나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처음 써보는 마음은 우선 이렇습니다. 첫인상 바흐를 샘플링하다니. 듣기도 전에 별로일 거란 불안이 앞섰다. 누구나 아는 그 멜로디를 쓸 수밖에 없을 텐데. 샘플로 쓰든 멜로디로 가져오든 뻔하고 촌스럽고 말 텐데. […]

마키하라 노리유키, 《宜候》의 첫 곡을 듣는 첫 마음

마키하라 노리유키(槇原敬之)의 신보 《宜候》, 그중에서도 첫 곡 〈introduction ~東京の蕾~〉를 들은 첫 마음을 씁니다. 음반은 10월 25일 공개됐고, 주문한 음반이 한국에 도착한 건 꼭 일주일 만이었습니다. 더 듣고 더 알고 나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처음 써보는 마음은 우선 이렇습니다. 1. 에어팟 프로와 공감각 에어팟 프로를 2년째 쓰고 있다. 음질보단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했다. 오직 음악만 듣고 싶었다. 옆집의 […]

레드벨벳, 〈Queendom〉을 들은 첫 마음: 넓게 또 좁게, 위로 또 아래로

레드벨벳의 〈Queendom〉을 들은 첫 마음을 씁니다. 노래는 21년 8월 16일에 나왔고,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더 듣고 더 알고 나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처음 써보는 마음은 우선 이렇습니다. 1. 넓게 또 좁게 멜로디가 빛나는 곡인데 이상하게 공간부터 들렸다. 뿌연 앰비언스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첫 3초부터였을까.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공간 놀이를 시작할 거라고. 내 손 꼭 잡고 […]

첫 마음을 쓰자

1. 근황 듣고 쓰는 게 무서웠다. 좋은 글을 바랄수록 더 그랬다. 단단한 논증과 단정한 말씨로 눌러 쓴, 힘껏 다정한 문장들을 갖고 싶었다. 의미를 벼려 좋아하는 리듬과 온도에 닿고 싶었다. 그러려면 기력이 필요했다. 몸을 덥히고 숨을 고를 여유가 필요했다. 처음엔 그럴 시간이 없었고 나중엔 그럴 자신이 없어졌다. 느낌은 단어를 밟고 피어나는 것이기도 해서, 쓰지 않으니 사랑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