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가능한 솔직함, 무례하지 않은 민낯

제 삶을 뻔하지 않은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 좋은 글이겠다. 전형적인 것을 무너뜨리는 납득 가능한 솔직함. 내겐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집,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이 그러했고 최근엔 이효리 씨의 블로그 글이 그랬다.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다. 일상적 만남을 유려하게 흐르도록 해주는 거짓들이 있고 진실을 고백하게 하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 무례하지 않을 만큼의 민낯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경험. […]

공공연한 비밀과 맞은편의 약속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 적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날이 있다. 온갖 냄새가 섞여드는 열차에서 비속어가 아닌 모든 무력한 윤리들을 생각한다. 한 시기가 닫히는 소리를 듣는다. 정말 이래도 좋은 것일까. 세계는 이대로 아름답다는 공공연한 비밀과 불행하여 믿기지 않는 맞은편의 약속 중에서 나는 대체로 비슷한 걸 골라왔다. 그러므로 새해에도. 침묵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축복과 무사한 밤을 너에게. 나의 […]

외롭지 않은 사각형

같은 밤이 찾아와 색이 걷혔다. 검은 사막. 아름다운 글을 쓰는 사람들의 생을 잠깐 떠올렸다. 듣거나 쓰지 않을 수 있는 삶은 아마 행복할 거라고 했었다. 서정 따위를 길어올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아도 좋은 일주일을 갖고 싶었다. 초록으로 흔들리는 것들을 지우고 단단한 고동색을 지워 가시로 피어나는 모양을 가늠했다.  얕게 잔다. 멀어지는 꿈속에서 조립한 것들이 조각으로 […]

정돈된 생애

대학에 와서 배운 탁월한 사람 분류법 중엔 개 타입/고양이 타입과 god 타입/신화 타입이 있다. 이를테면 네놈은 개와 god를 좋아하는 물러터진 놈이겠구나 하고 단언하는 식이다. 저마다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윤리라지만 인간이 또 그렇게 특별나기는 어려워서 몇몇 기호의 조합으로 대충 번역 가능하리라 믿어버린 분류법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이 곱하기 이의 경우의 수, 혹은 이차원의 좌표평면에 집어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