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는다는 것

1.  태어난 지 백일이 좀 덜 된 조카를 보러 두어 번 진해의 큰누나 집을 들렀다. 아기가 잠든 밤에 자형과 술을 마신 날이 있었다. 자형은 술을 잘 못 마시는 탓에 얼굴을 금방 붉히면서도 그럴듯한 안주를 내려고 애썼다. 그래 이제 처남은 무얼 할 생각인가, 따위의 먹고살 계획을 물어왔다. 갓 복학해 아직은 잘 모르겠단 핑계로 물음을 되돌려주었다. 자형은 […]

좋아하고 마는 노래들: 윤종신

오래 미뤄온 글을 이제야 쓴다. 하필 윤종신의 새 노래 제목이 내 필명과 같다는 사소한 이유와 하필 그게 아주 근사하다는 각별한 이유로. 오래 들어온 노래들, 좋은 노래라는 판단에 앞서 도리 없이 좋아하고 마는 노래들을 두고 쓴 글이다. 그러니 비평이 아니라 내 이야기일 수밖에. 내 삶의 궤적에 얹혀있어 차마 버릴 수 없는 노래들, 그 노래들과 떨어질 수 […]

색 이후의 빛

눈뜨고 코베인의 가사는 말을 더 보태지 않을 때 뜻으로 더 충만하다. 하지만 그 충만함이 내게 글쓰기를 강요한다. 별 수 없이 조금만 쓴다. 색을 지우고 숨고 싶다는 반복적인 소망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한다. 숨어야 하는 사회와 숨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튀면 안 되는 사회는 낯설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고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가지만 혹여나 움직이면 […]

인상들이 움직인다. 패배한다.

토와 테이의 <Apple>을 들었다. 지난여름의 일이다. 몇 년 동안 나온 토와 테이 음반들은 만듦새만큼 듣는 게 재밌지 않았는데 이번 게 좋아서 쭉 다시 들어보니 이전 곡들도 괜찮다. 이 노래가 유독 잘 빠져선지 피쳐링이 시이나 링고라선지 알 수는 없지만, 아니 사실은 알 것도 같지만 아무튼. 이것저것 다 좋아하게 되었다. 통통대는 소리들이 더는 심심하게 들리지 않았다. 마음이 […]

미결인 채로 미움인 노래를

미운 사람이 많다. 싫은 것과는 좀 다른 기분인데, 따지자면 윤리적 판단의 함량이 더 적은 미적 판단이다. 대신 애증, 연민, 질투 따위의 건강하지 않은 마음이 섞여 있어서 덜 명료하고 더 사적이다. 이런 미운 사람들이 싫은 사람만큼이나 도처에 있으니 문제다. 예컨대 일베 유저는 싫고 깨어있는 시민들은 밉다. 콘돔 안 쓰는 게 자랑인 놈들이 싫다면 성 구매자들은 밉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