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연말결산 어머 이건 꼭 들어야 해: 해외편

웨이브의 필진이 된 지 반 년이 되어간다. 장재인, FKA Twigs, 자이언티, 아이유에 관해 썼고 이승열, 파라솔, 나팔꽃, 오타키, 영기획에 관해 짧게 썼다. 웨이브의 2015 연말결산을 위해 국내·외 음반과 싱글을 꼽았다. 역사에 남길 명작보단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골랐다. 지면에 쓰지 못한 감상을 짧게나마 더한다. 해외 음반 1. Joanna Newsom, 《Divers》, Drag City. 고풍스러운 품위는 여전하지만 괴팍함은 줄었다. 하프와 막소폰과 멜로트론 소리가 별처럼 […]

음악을 글로 옮기려면

음악을 글로 옮길 때의 원칙을 생각해본 적 있다. 음악 자체에 대해서 쓴다. 비유를 가능한 줄이고 물리적인 수준에서 소리를 논한다. 음악이 재현하는 메시지에 대해 쓴다. 음악이 만든 효과에 대해 쓴다. 작품 바깥의 세계에서 작품이 수행하는 바를 따진다. 언급한 셋의 연관을 규명한다. 내가 지킬 목록은 아니었다. 우연히 약간의 지면을 얻었을 뿐이지 스스로 평론가가 되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

플루토의 노래들: Björk, Casker, Idiotape

곳곳에 명왕성 사진이 올라왔다. 9년 전 나사가 쏘아 올린 탐사선이 가까이에서 명왕성 사진을 찍은 덕분이다. ‘새로운 한계(New Horizons)’라는 이름의 탐사선이 그렇게나 빠르다든가, 그렇게 발견한 명왕성이 예상보다 크다든가, 유일하게 미국인이 발견했던 행성인 명왕성에 다시 미국이 도착했다든가 하는 말들은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과학에 과문한 탓이다. 대신 사진의 고즈넉한 색감을 곱씹었다. 태양에서 먼 탓에 잔뜩 얼어있는 표면, […]

리퀴드 레이디의 살랑이는 사랑 노래: 장재인, 《LIQUID》

2010년 슈퍼스타K 2에서 3위를 차지하며 데뷔했다. 11년엔 첫 미니 음반을 냈고 12년엔 소속사를 옮겨 미니 음반을 하나 더 냈다. 13년 말에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소속사를 옮겼고 병으로 활동을 쉬다 15년에 《LIQUID》를 냈다. 간간이 참여한 OST를 빼고 나면, 연도를 매겨가며 쓸 수 있는 장재인의 역사는 이 정도다. 이런 역사를 모른 채로 《LIQUID》를 들었지만, 곧 이 음반을 좋아하게 […]

반항은 세트메뉴로, 반 발짝 너머로: 가인, 《Hawwah》

1. 사적인 형편 말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던지고자 하는 말이 이토록 분명한 기획을 받았다면 어떤 말이든 되돌려 던질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게 떠밀리듯 글을 쓰기로 했고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좋아하면서도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는 기분이 있어 말을 더듬었다. 그 기분을 정확히 포착하는 일에는 끝내 실패하겠지만 더 늦기 전에 되는대로 옮겨 적는다. 이번에도 가인은 딱 하나의 […]